교사 실수나 불만 페이스북에 올려 '스트레스'
'훈육하다 뒷말 나오느니 차라리 방치' 경우도
학부모 "자칫 무시될 일도 SNS 올리면 해결"
#베트남 북부 하남성의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인 후에(50)는 며칠 전 밤늦게 학부모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교실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책상에 머리를 부딪혔다고 하는데 알고 있느냐, 병원에 데려가 검진을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전후 사정을 알지 못했던 후에는 학부모와의 통화 내용을 즉시 학교에 보고했다.
교장은 학생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물으며 부모가 인터넷에 비난 글을 올리기 전에 직접 가서 사과하라고 다그쳤다. 후에는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선물을 사 들고 학생 집에 찾아가 머리를 조아렸다.
“인터넷에 올릴까 죽을 만큼 겁나”
3일 베트남 언론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학교에서 자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만을 올려 해결하려는 베트남 부모가 늘면서 교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구의 80%가 SNS를 사용하고, 온라인 소통이 익숙한 세대가 학부모가 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교사들은 작은 실수가 온라인상에 공개되고 그 여파로 직장을 잃을까 노심초사한다. 하노이 사립유치원에서 만 3세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 탄(28)은 “아이들이 놀다가 부딪히거나 멍드는 경우가 많은데, 학부모들이 (폭행을) 의심하고 상황을 설명해도 믿지 않는다”며 “아이들의 긁힌 상처만 봐도 죽을 만큼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 훈육보다 방치를 택했다. 하노이의 한 중학교 교사 쭝은 “동료 한 명이 학생들에게 소리 질렀다가 온라인에서 비난받는 것을 목격한 뒤 열정을 잃었다”며 “공부나 숙제를 안 해도 혼내지 않고 월급만 받기 위해 일한다”고 자조했다.
학부모들은 SNS가 부당함을 호소할 수 있는 창구라고 호소한다. 학부모 녜이(29)는 “아들의 학교에서 의도가 불분명한 학부모 기금을 걷는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6시간 만에 담임 선생님과 학급 학부모위원회 대표가 찾아왔다”며 “부모 한 사람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여럿이 함께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교권추락, 베트남에 반면교사
베트남에서 교권 악화와 교육 현장 붕괴가 한국처럼 공공연한 사회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아직 이렇다 할 교권 침해나 보호 관련 정책·통계도 없다. 여전히 교사들이 학생을 체벌하거나 폭언도 일삼는 경우도 다수다. 그러나 SNS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교사들이 점점 늘면서 교육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민득 베트남 교육훈련부 교육행정국장은 지난달 교육 관련 워크숍에서 “학교에서 (교사가) 단 한 가지라도 규범에 벗어난 행동을 하면 내일 전체 SNS가 알게 된다”며 “선생님들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교권 추락 상황은 베트남에 반면교사다. VN익스프레스는 한국 교사들의 잇단 자살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교사들이 거리에 나선 소식을 소개하며 “학부모에 대한 교사들의 두려움이 너무 심각해 한국 정부가 접촉을 제한하는 등 교육 정책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교사의 93%가 "아동학대 혐의를 받을까 두렵다"고 답한 지난해 9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설문조사를 언급하며 “학대로 기소된 교사 중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1.5%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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