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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남은 미국 대선... 중국·러시아는 ‘트럼프의 귀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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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남은 미국 대선... 중국·러시아는 ‘트럼프의 귀환’을 기다린다

입력
2023.11.06 04:30
수정
2023.11.06 11: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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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1년 앞] ②세계 정세는 어떻게 바뀌나
미국우선주의·대중국 강경 정책은 변함없이 유지
바이든 재선 땐 국내 투자·동맹 강화 지속 가능성
파괴자 트럼프 승리 시, 예측불가 행보 더 심해져

4일 미국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의 성에드먼드 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하고 나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관련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러호버스비치=로이터 연합뉴스

4일 미국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의 성에드먼드 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하고 나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관련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러호버스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격돌이 점쳐지고 있다. 사실 누가 다시 집권하더라도 세계 정세가 격동할 공산은 크지 않다. 진폭을 제한하는 현실적 자장(磁場)이 있는 데다, 미국은 미국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국 이익만 거칠게 챙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향상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 귀환할 경우, 지구촌 입장에선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한 현안의 해결을 이끌 리더를 잃을 수 있다는 게 많은 이들의 걱정거리다. ‘바이든의 미국’이 국제무대 입지를 축소시킨 중국과 러시아가 ‘트럼프의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가 이겨도 ‘미국은 미국’

“트럼프나 바이든처럼 다른 대통령 사이에서도 연속성이 기본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스티븐 비건은 지난해 7월 미 뉴욕타임스(NYT)에 이렇게 말했다. 외교 정책에 관한 한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적 우선순위나 접근 방식이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 의외로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오던 때였다. NYT는 “워싱턴 집단 사고를 벗어나기 어려운 데다 외국 정부의 행동, 미국 유권자 정서, 기업의 영향력 등 외부 상황도 지도자의 선택 폭을 좁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관성은 차기 행정부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우선주의’와 강경한 대(對)중국 정책은 ‘디폴트값’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동맹과 우방국에 미국 내 산업 기반을 다지고 일자리를 늘릴 대미 투자를 압박하고,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을 최대한 견제해 경제력과 군사력 격차를 지키거나 벌린다는 기조는 누가 정권을 잡아도 견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바이든: ‘민주 vs 독재’ 이분법

바이든 행정부의 집권 2기 청사진은 지난달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기고에 정리돼 있다. 최우선 과업은 미국 국내 투자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하면 중국이 맹렬히 추격 중인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바이오·반도체 등 미래 핵심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확대하고, 중국이 장악한 핵심 광물은 물론 반도체 등 주력 산업 분야의 안정적 공급망을 동맹·파트너와 함께 견고하게 구축하는 데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동맹 강화도 이어질 게 분명하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각 공조, 호주·영국과의 오커스(AUKUS), 일본·호주·인도와의 쿼드(Quad) 등 소다자 협의체를 중국 견제 수단으로 활용해 온 바이든 행정부는 2기 때도 이들을 규합하고 베트남·필리핀 등까지 포섭해 중국이 역내에서 시도할 수 있는 현상 변경을 억제할 개연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원조와 대러시아 제재는 진영 결속과 러시아 압박에 필수인 만큼 포기할 수 없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에 나선 맹방 이스라엘 지원도 마찬가지다. 중동 긴장이 고조돼도 중국·러시아 등 강대국 견제에 맞춘 초점은 이동하지 않는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 공언이다. 애시 제인 전 애틀랜틱카운슬 국장은 9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정과 독재정 간 전략 경쟁을 국제 체제의 핵심 단층선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대중국 관계는 2기에서 다소 변화할 수도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가 추구하는 건 중국과의 ‘디커플링’(관계 단절)이 아니라 ‘디리스킹’(위험 회피)”이라며 “미중은 긴장 완화와 공동 과제 해결책을 위해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층 적극적으로 유화책을 구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이용당하지 않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 유세를 위해 2일 찾은 텍사스주 휴스턴의 트렌드세터 엔지니어링 앞에서 제스처를 취하며 연설하고 있다. 휴스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 유세를 위해 2일 찾은 텍사스주 휴스턴의 트렌드세터 엔지니어링 앞에서 제스처를 취하며 연설하고 있다. 휴스턴=AP 뉴시스

동맹국, 나아가 세계가 미국을 이용하려 혈안이라고 믿는 사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모든 외교 관계를 ‘거래’로 환원하고, 가치나 규범에 냉소적인 건 이런 세계관 탓이다. 실제 그는 유럽을 불신하고 국제기구를 무시해 왔다. 예컨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위협하며 동맹 독일에 방위 비용 지출을 늘릴 것을 압박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겐 화해의 손을 내미는 전복(顚覆)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게 월터 러셀 미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의 주장이다.

이란에 강경하고 이스라엘에 밀착했던 집권 1기 이력과 현재 의회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돕지 않겠다고 돌아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판이하다. 집권하면 24시간 안에 전쟁이 끝나도록 만들겠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대만 안전 보장’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거래 대상이다. 9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만 방어 공약을 두고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평했다. 공짜 거래는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대니얼 드레즈너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9월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트럼프의 재집권은 러시아엔 서방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를, 중국에는 한국·일본 등 미국 동맹의 약화를 각각 의미한다”며 “러시아·중국 관리들이 트럼프 당선을 바란다는 말을 하고 다니는 이유”라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2기가 현실화한다면, 그의 ‘럭비공 행보’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미드 칼럼니스트는 “거래를 좋아하는 트럼프는 예측불가능성을 자산으로 여긴다”며 “노련한 인사보다 자기에게 동의하는 이들을 주로 기용해 파괴적 재능을 십분 살리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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