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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 '평화협상' 테이블에 우크라 앉힐까… 젤렌스키 "그런 압박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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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 '평화협상' 테이블에 우크라 앉힐까… 젤렌스키 "그런 압박 없었다"

입력
2023.11.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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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우크라와 평화협상 대화 조용히 시작"
우크라·백악관 '부인'... 종전 압박 거세질 듯
이·하마스 전쟁도 겹쳐 국제사회 피로감 증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수도 키이우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수도 키이우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의 평화협상 논의를 위한 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는 가운데, 개전 1년 8개월을 훌쩍 넘긴 채 교착 상태에 빠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위한 논의가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당사국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지원 중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적극적이다. '두 개의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피로감이 부쩍 커졌다는 방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평화협상' 논의를 즉각 부인했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우크라의 '대반격' 진전 없어… "이젠 '거래'할 때"

4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은 "미국과 EU 당국자들이 러시아와의 평화협상 타결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포기해야 할 사안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를 조용히 시작했다"고 미 정부 전·현직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꽤 구체적인 정황도 공개됐다. 일부 민감한 대화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포함한 50여 개국이 모인 우크라이나 지원 협의체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UDCG)'의 지난달 회의에서 이뤄졌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600일 넘게 이어진 전쟁과 관련, 서방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여력이 사라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영국 BBC방송은 "일부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첨단 무기와 자금을 계속 지원하는 걸 꺼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올해 6월부터 전개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한 탓이 크다.

특히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병력 부족'에 주목하고 있다. 교착 국면에선 어느 쪽이 군사력을 더 오래 유지하는지가 관건인데, 우크라이나는 병력이 고갈된 반면 러시아는 '끝없이 병사가 충원되는 듯하다'는 것이다. 미 고위 관료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도 이를 사용할 숙련된 병력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고 NBC에 말했다.

미국에선 공화당 반대로 우크라이나 추가 원조 패키지가 연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커졌다. 여론도 부정적이다.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의 41%는 "미국이 우크라에 너무 많은 지원을 한다"고 응답했다. 3개월 전(24%)보다 17%포인트나 늘어났다.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는 NBC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새 무기로 더 싸우길 원하겠지만, '이젠 거래를 할 때'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3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3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젤렌스키 "교착 아냐" 부인에도 커지는 협상 압박

젤렌스키 대통령은 항전 각오를 재차 내비쳤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4일 키이우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뒤 "시간이 지났고 사람들이 지쳤지만 교착 상태는 아니다"라며 "미국과 EU의 어떤 지도자도 우리에게 (평화협상에 나서라는)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선 NBC 보도를 직접 반박한 것이다. 미 백악관도 "평화협상과 관련한 모든 결정은 우크라이나에 달려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럼에도 평화협상 압박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동맹인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도 지난달 말 종전 협상을 공개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응할지는 미지수다. NBC는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준비가 돼 있다고 볼 어떤 징후도 포착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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