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혐의만 고소 가능"
실명 확인 단계 없어 특정 어려워
최근 유명인을 사칭한 주식투자 광고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SNS 유명인 사칭 광고는 ①피해자가 발생하더라도 게시자를 특정할 수 없고 ②플랫폼 운영사들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 사칭 광고를 계속 운용하게 하고 있으며 ③현행법상으로는 사칭 광고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소장 제출 후기'를 남겼다. 경기 분당경찰서에 자신을 사칭한 주식투자 광고에 대해 신고했다는 내용이다. 주 전 대표의 얼굴과 이름을 앞세워 게시하고 있는 문제의 페이스북 광고엔 "제 직위의 특수성으로 제가 1년에 버는 돈은 보통 사람들이 몇십 년 동안 벌어야 하는 돈"이라며 "제가 폐인이 되기 전에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 당신이 어떻게 주식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 차근차근 가르쳐주겠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클릭하면 주식 리딩방으로 연결된다.
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찾은 주 전 대표는 황당하게도 '유명인 사칭 주식투자 광고는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담당 경찰이 말하길, 믿기지 않겠지만 한국에선 온라인에서 남의 이름을 사칭할 때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단다. 할 수 있는 것은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것뿐이니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작성해 사이버범죄 수사대로 오라고 했다"고 썼다.
이마저도 경찰은 조사를 마치며 주 전 대표에게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잡기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페이스북이 외국 회사여서 협조가 안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주 전 대표는 "아니 대한민국 경찰이 언제부터 수사할 때 기업 협조를 받아서 했나" "신원을 도용당한 본인인 내가 신고했는데, 페이스북이 이를 지우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범죄 행위를 방조하는 것이니 그 자체도 수사할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황당함을 토로했다.
유명인 사칭 건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에 따르면 불법정보로 규정돼 유통이 금지된다. 하지만 피해를 본 사람의 심의 신청 없이 방통위가 선제적으로 이 조항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피해자가 사기나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더라도 게시자를 특정하는 것 역시 어렵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4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계정을 도용했을 때 그 계정을 통해 피해자가 발생하고, 그 상대편을 잡을 수 있어야 고소한다든가 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엑스(옛 트위터), 페이스북 등은 실명 확인 자체를 아예 안 하기 때문에 범죄자 특정도 어렵다"고 했다. 이어 "판례에 따르면 명예훼손으로도 처벌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주 전 대표는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에도 해당 광고 게시 중단을 요청했지만 "규정 위반이 아니라 삭제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 메타는 주 전 대표에게 보낸 메시지에 "검토 결과, 해당 콘텐츠가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180일 이내에 (다시) 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5일 오후 현재까지 페이스북에는 주 전 대표를 사칭한 광고가 여전히 게시되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등의 명의를 도용한 주식투자 광고 등도 게시되고 있다. 주 전 대표는 "가짜 광고가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 9월 말이고 내가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 10월 중순, 그러고 나서 3주가 지났지만 가짜 광고는 여전하다. 아직 가짜 광고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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