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장관, 서안 이어 이라크 ‘깜짝 방문’
이란에 “공격 불용”… 아랍 동맹엔 “안심해”
7일(현지시간)로 딱 한 달을 맞게 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여파가 미국에까지 미치는 걸 줄이기 위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과의 전략 경쟁에 매진하려면 중동이 안정돼야 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중순에 이어 또다시 중동 순방을 떠난 것은 확전은 물론, 중동 내 반미(反美) 분위기 확산을 막고 미국인 피해도 줄이라는 ‘특명’을 받고서였다.
블링컨 “친이란 민병대 위협, 용납 불가”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5일 예고 없이 이라크를 찾아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이란과 연계된 민병대의 위협과 공격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가자지구 전쟁이 악화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라크 방문 직전에도 사전 공지 없이 서안지구를 방문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났다.
‘깜짝 방문’의 목적은 두 가지다. 일단 대(對)이란 경고다. “가자지구 전쟁을 이용해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미국인을 위협하려는 세력에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야 했다”는 게 블링컨 장관 설명이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이후 이라크·시리아의 미군·연합군 기지에 32차례의 공격이 가해져 미군 21명이 다쳤다. 경고에는 확전 방지 의도도 있다. 이란과 더불어 이스라엘 북부 국경 레바논 지역을 통제하는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참전을 차단하는 것은 개전 초부터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였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전선이 넓어져 중동 맹방인 이스라엘이 곤경에 처하고, 대하마스 전쟁 장기화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는 것은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다.
다른 하나는 친(親)미국 성향 아랍국 정권들의 동요 방지다. 민간인 피해에 개의치 않는 이스라엘의 강력한 대하마스 보복은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반(反)이스라엘 시위를 촉발했고, 분노는 이스라엘을 돕는 미국으로도 향하고 있다. 중동 내 친미 국가인 요르단, 카타르, 오만, 이라크 등의 정권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PA는 서안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이 기승을 부려 골치가 아픈 상태다. 이들은 모두 전쟁 이후 미국이 주도할 가자지구 재건에 참여해야 할 세력들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불안한 아랍 동맹을 안심시키기 위해 블링컨 장관이 분주하게 움직였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인질 석방 협상 중… 타결 땐 교전 일시중지”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규모 확대가 중동에서 미국의 입지를 좁히는 것도 불편하지만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미국인 사상자 발생,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 책임론 제기 가능성이다. 블링컨 장관이 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일시적 교전 중단을 제안한 명분 중 하나도 인질 석방이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미국 CBS방송에 나와 “인질 석방 협상이 진행 중이고, 타결될 경우 교전이 일시 중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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