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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규제 없던 일로... 총선 앞에선 환경도 내팽개치나

입력
2023.11.08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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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식당에서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도 한동안 단속하지 않는다. 사진은 7일 낮 서울 을지로의 한 식당에 비치된 종이컵. 연합뉴스

정부가 식당에서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도 한동안 단속하지 않는다. 사진은 7일 낮 서울 을지로의 한 식당에 비치된 종이컵. 연합뉴스


정부가 식당이나 카페에서 종이컵 사용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편의점 비닐봉투 사용도 단속하지 않는다. 규제 시행을 불과 보름가량 남기고 내린 전격적인 조치다.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데, 총선 민심 앞에서 환경마저도 내팽개치는 형국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식당∙카페의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중소형 매장의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다. 2021년 말 개정된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에 따른 조치였다. 2019년 대형매장 규제 도입에 이어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대신 1년 계도기간을 뒀다. 당시에도 봐주기 논란이 있었지만 준비 부족, 현장 혼란 등을 감안했다고 했다.

계도기간이 끝난 24일부터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었다. 어기면 3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런데 어제 환경부가 돌연 규제 철회를 발표했다. 제도 시행을 불과 17일 앞두고 사실상 “없던 일로” 되돌린 것이다.

환경부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이유로 댔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다회용 컵을 씻을 인력이 부족하고, 종이 빨대의 만족도가 낮아 고객과의 갈등이 잦았다”고 말했다. 반면 비닐봉투는 단속 없이도 이행이 잘 돼서 계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정반대의 논리를 폈다.

모든 규제에는 크고 작은 불편이 따른다. 애당초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예상 못하지 않았을 것이다. 1년 계도기간을 둔 것도 그래서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는 매장에 다회용 컵 구입 비용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대안이라고 하기엔 너무 군색하다.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것에 다름없다.

정책 급선회 배경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총선을 앞두고 자영업자의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일 것이다. 불편함을 덜어낸 소비자들 또한 박수를 쳐줄 거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나마 줄여놓은 일회용품이 이제 다시 늘어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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