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한 토크 #48] 창업에 도전한 전문직 소상공인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노동관련 이슈가 점차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관련 전문직업인 노무사의 진로도 다양해지고 있다. 노무법인, 기관 및 조합 등에 소속된 채용 노무사부터 대기업의 인사담당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는 노무사들의 활약도 뛰어나지만, 창업하여 본인의 사무소를 이끌어나가는 개업 노무사들의 도전도 두드러진다. 중재 노무사사무소의 이은정 대표도 그들 중 하나로 대표 노무사로서의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중재 노무사사무소 대표 공인노무사 이은정이라고 합니다. 대학에서는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노무사로 활동하며 근로자, 노동조합, 사용자 등 노사관계와 관련하여 의뢰인의 법률적, 사실적 이익을 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노무사라는 직업은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요?
"산업공학을 전공했지만 엉뚱하게도 저의 관심사는 정치사상, 경제사상, 언론학 등 사회과학 분야였습니다. 대학시절 좌파와 우파 중 어느 쪽이 맞는지, 왜 소방관은 의사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지 같은 질문에 골몰하곤 했죠. 이러한 질문에 대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요. 그들 중 일부는 경영자들을 피도 눈물도 없는 존재라며 악마화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노동조합을 귀족노조라고 부르며 비난했습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지켜보며 저는 이러한 갈등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노무사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교섭 테이블에서 혹은 파업 현장에서 서로 간의 이해관계를 중재하고 갈등을 봉합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더라고요. 노사 양 당사자 사이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해 보고자 노무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타인 사업의 흥망성쇠에 제 삶을 맡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기업 인사팀을 갈지 아니면 제 사업을 시작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복지제도, 성과급 등의 혜택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는 했지만 축소되는 업무재량, 지나친 보고체계는 저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속한 기업의 성과에 내 삶을 맡기기보다는 스스로 능력을 발휘하고 노력하여 직접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게 사업이라고 생각했고 노무사사무소를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대표 노무사가 된 후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전결권이 주어진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일례로 최근 여러 차례의 협상 끝에 수임하기로 한 업무가 있는데요. 대표 노무사가 아닌 채용 노무사 시절에는 협상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습니다. 즉 가격 결정 권한이 저에게 없었던 것이죠. 협상과정에서 지지부진함을 몸소 겪으면서 늘 대표 노무사님과 사측 담당자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역할에 그쳤는데요. 현재는 제가 대표로서 해당 업무를 수행할 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최종적인 결정을 빠르고 속 시원하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억에 남는 의뢰인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가는데요. 수년간 지속된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직장내괴롭힘을 인정해주지 않았던 근로자 분이 생각납니다. 저와 함께 노동청 진정을 진행하여 직장내괴롭힘을 인정받게 됐고 조금이나마 명예가 회복되었다며 안도의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저의 채용 컨설팅을 통해 좋은 막내 직원을 채용하게 되었다며 감사 인사를 주신 사업주, 어렵게 조합활동을 이어나가다가 조정 절차를 통해 교섭시간을 확보하고 노조사무실 등 활동기반을 마련한 노동조합 등 많은 의뢰인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과거 자문하고 있던 대기업의 소속 노무사님께서 ‘어려운 질문을 많이 하는데 항상 잘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셨던 적이 있는데요. 의뢰인이자 업계 선배 노무사님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방침이 무엇인가요?
"사측 또는 노측 일방의 이익을 위해 힘써야 하는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합리성이라는 가치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사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불필요한 분쟁비용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근로자의 소중한 삶과 사용자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특히 중재 노무사사무소가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노동조합 자문, 대응 등 집단적 노사관계 분야에서는 상호 간의 노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노측의 경우 사업주의 리스크테이킹, 창의를 인정하고, 사측은 근로자의 노고와 기여를 합리적으로 배분하려는 의지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을 기반으로 팩트와 논리에 근거하여 노사 양측 모두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을 가다듬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노측과 사측에 각각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앞서 말씀드린 저희 사무소 방침과도 연결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먼저 노측에게는 기업가의 창의를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자유주의 작가 에인랜드의 소설 ‘아틀라스’는 평등과 분배만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결국 기업가, 발명가들이 비밀장소인 아틀라스로 자취를 감춰버리는 상황을 그립니다. 결국 세상은 완전히 블랙아웃 상태가 되고 마는데요. 다소 극단적인 결말이기는 하나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우리 대법원 역시 경영권과 노동3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기업의 경제상 창의와 투자의욕을 증진시키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데요. 근로자, 노동조합 역시 결국 회사의 존속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셨으면 합니다. 사측에게는 요즘 많이 언급되는 레버리지라는 개념의 조금 다른 측면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기업은 결국 근로자들을 레버리지 삼아 사업을 영위하는 것인데요. 근로자들의 시간, 능력을 지렛대 삼고 있는 만큼 그 노고에 대한 조금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결국은 서로 도와야 하는 존재가 아닐까요. 저 역시 현재 사업주로서 직원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부분을 계속적으로 고민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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