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멈추고 인질 받자” 제안에 “너무 길어”
“우방이라도…” 백악관, 가자 처리 이견 시사
한 달여 전 자국을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 번번이 퇴짜를 놓고 있다. 인질 석방을 위한 며칠간의 교전 중단도, 전후(戰後) 가자지구 재점령 포기도 사실상 다 싫다는 반응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하마스와의 교전을 사흘간만 멈추고 인질 일부를 돌려받자고 제안했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기간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하마스를 어떻게 믿나”
악시오스에 따르면 사흘의 교전 중단 기간 동안 하마스가 인질 10~15명을 석방하는 한편, 모든 인질의 신원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명단을 제공하도록 한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 제안의 요지였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돌아온 것은 사실상 거절이었다.
무엇보다 하마스를 믿지 않는다는 게 핵심 이유였다. 네타냐후 총리의 의심은 2014년 하마스와 전쟁했을 때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 기간 하마스가 이스라엘 병사들을 납치하고 살해한 일 때문이라고 이스라엘 관리가 악시오스에 전했다. 더불어 네타냐후 총리는 사흘간의 교전 중단을 휴전으로 보고 있으며 그렇게 적은 수의 인질이 풀려나도록 하는 데에 그 정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게 해당 관리의 전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쟁이 마무리된 뒤 가자지구를 누가 어떻게 통치하느냐를 놓고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이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7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이 이스라엘을 위해 좋지 않다고 여전히 믿는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 발언은 하마스와의 전쟁이 끝난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무기한으로 전반적 안보를 책임질 것”이라는 전날 네타냐후 총리 언급에 대한 미국 측의 첫 반응이었다. ‘두 개의 국가’가 해법이 돼야 한다고 믿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마스를 대체할 가자지구 통치 체제가 갖춰지기 전에는 과도적 치안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네타냐후 총리 발언을 해석하는 시각이 있지만, 현재 서안지구를 통치 중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 주민들의 신뢰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점령이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커비 조정관은 “우방이라고 모든 단어의 뉘앙스에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모든 현안 관련 입장이 같지도 않다”며 이견 존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에 미국 말발 안 먹힌다”
가급적 민간인 피해를 줄이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한 이스라엘 태도도 마찬가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6일 “바이든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가자지구 민간인 사상을 줄일 수 있게 노력하라고 당부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무시하고 하마스 기반을 해체한다며 가자 주택가 근처 표적들을 계속 폭격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5일 “이스라엘이 과잉 공격 재고나 인도적 교전 중단 등 미국 요청을 모두 일축하거나 거부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은 지상 작전 확대를 이어온 지 10여 일 만인 7일 가자지구 시가전 개시를 공식화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자시티 심장부에 배치돼 있다”며 “가자시티는 역대 최대 규모의 테러 기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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