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 용량의 10배 넘어 부작용 우려
중국에서 몰래 약품 원료를 들여와 시가 920억 원 상당의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를 팔아치운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수사망을 따돌리기 위해 도심 한복판 산업단지에 공장을 세우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9일 "불법 약물 제조∙유통에 가담한 24명을 보건범죄단속법 및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총책 A(66)씨와 제조 기술자(67)씨 등 주범 4명을 구속하고, 부자재 공급업체 대표 2명과 하부 판매원 등 20명은 불구속 상태로 지난달 말 검찰에 송치했다.
일당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시가 920억 원(정품 기준) 상당의 가짜 비아그라 613만 정을 직접 만들어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모조 의약품 범행에서 제조와 판매가 결합된 최초의 검거 사례로,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만 9억 원을 웃돈다. 경찰 관계자는 "장뇌삼 밀수업을 하던 A씨가 감염병 사태를 계기로 이런 범행을 설계하고 기술자들을 섭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짝퉁 제약회사'는 은밀하게 굴러갔다. 한적한 강원 정선군 농가 비닐하우스 안에 기계를 들여놓고, 중국에서 밀수한 약재, 의약품 설명서, 포장용기 스티커를 이용해 가짜 비아그라를 마구 찍어냈다. 올해 1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후에도 이들은 제조를 그만두기는커녕,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로 터를 옮겨 새 공장을 차렸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 비아그라는 유흥업소 종사자들이나 공사장 인부들에게 주로 판매됐다. 원재료인 실데나필의 용량은 정품의 10배지만 가격은 정가(1정 당 1만5,000원)의 1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모조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유통과정에서도 이들은 단속에 대비해 대포폰과 현금 거래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압수한 8만8,000여 정 외에, 지난해 1월 이전 유통 물량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가짜 의약품 점검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혈관확장제가 다량으로 들어간 모조품을 복용하면 심혈관계 질환과 실명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면서 "중국 내 공급 조직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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