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환경학회서 한국일보 보도 공유
악취 맡으면 뇌파 진폭, 각성 효과 ↑
회복에 수시간... 여성·비흡연자 취약
"진단부터 예방까지 종합 연구 필요"
편집자주
전국 곳곳에서 '후각을 자극해 혐오감을 주는 냄새', 즉 악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악취 민원은 무수히 쌓이는데 제대로 된 해법은 요원합니다. 한국일보는 16만 건에 달하는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국내 실태 및 해외 선진 악취관리현장을 살펴보고, 전문가가 제시하는 출구전략까지 담은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악취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뇌파가 증가하고 불안감이나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여성이거나 나이가 적을수록, 비흡연자일수록 악취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부의 악취 관리 정책이 단순히 배출 허용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 관리 측면에서 설계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9일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열린 한국냄새환경학회 추계학술대회에 기조강연자로 나선 류희욱(숭실대 화학공학과 교수) 학회장은 악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소개했다. 30~60대 여성 20명에게 쉰 냄새, 머리 냄새, 발 고린내, 땀 냄새를 맡게 했더니 뇌파의 진폭이 커지고 뇌의 각성 효과가 커졌다는 것이다. 라벤더, 복숭아, 커피처럼 악취가 아닌 향으로 인식되는 냄새에 대해서는 뇌파의 진폭 변화가 크지 않고 각성 효과도 낮았다. 또 20대 남성 20명을 실내 폐수처리장 악취에 노출시켰더니 뇌파 변화가 회복되는 데 3~6시간이 걸렸다.
뇌파의 변화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민감하게 나타났다. 또 40세 이상부터는 후각의 노화로 점차 악취에 둔감해지고, 흡연자보다는 비흡연자가 악취에 더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악취 자극이 심할 경우 불안감이나 무기력감도 야기할 수 있다고 류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악취 물질은 대기오염 물질에 비해 농도가 낮아 인체에 미치는 영향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면서도 "다만 뇌파 변화를 살펴보면 악취가 심리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관리하겠다는 관점에서 악취 정책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악취가 '감성공해' 혹은 '감각공해'라고 짚었다. "(코에 있는) 냄새 수용체의 특성에 따라 자극의 강도가 굉장히 다른 주관적인 공해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일보의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기사들을 계기로 많은 국민이 악취에 대한 불쾌감뿐 아니라 위해성도 불안해하고 있다"며 본보 기획시리즈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본보 보도로 알려진 것처럼 악취 민원이 갈수록 늘면서, 주민들이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하는 사례가 실제로 많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수진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보건연구과장은 "과거에는 광산 주변, 석면 노출 지역, 산업공단 등에서 중금속이나 석면을 건강유해인자로 여겨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먼지나 악취 때문에 조사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가축분뇨 퇴비공장, 축사, 폐기물처리시설, 아스콘 공장 등의 주변 지역에서 주민 청원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불쾌감이나 스트레스 외에 악취가 인체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상세한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 견해다. 김 과장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까지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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