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 직후 경제단체 일제히 비판 성명
"20년 숙원" 양대 노총은 환영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노조법)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경제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개정안이 노사분규를 늘려 정상적 경영을 방해할 수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노동계는 환영 입장을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개정안 통과 직후 "우리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이번 개정안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쟁의 개념도 넓혀 사업주가 법적 소송을 겪을 일이 훨씬 늘 거라는 말이다.
노동계는 20년 기다리던 법이 통과됐다며 반겼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논평을 내고 "현행 노조법은 그 목적과 달리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가로막았다"며 "오늘 비로소 노조법이 제자리를 찾는 중요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평가했다.
사용자 범위·손해배상 책임 두고 노사 평행선
통과된 법안은 노조법 제2조와 제3조 개정안이다. 노조법 2조는 근로자, 사용자, 노동쟁의의 정의를 담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 중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범위를 넓혔다. ①사용자의 범위를 원청업체 등으로 넓혀 하청업체 등 간접 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재계가 가장 반발하는 부분이다. 원청 사업장이 많은 한국경제인협회가 "많은 원‧하청 관계로 이뤄진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킬 우려가 크다"고 반발했다. 중소기업중앙회까지 "원청 기업이 국내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 이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②개정안은 또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확대해 쟁의행위 범위를 넓히는 내용도 담았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기업의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고도의 경영 판단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어 산업 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에 휩쓸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노사 단체 촉각
3조는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에 대한 내용이다. 개정안은 ③기업이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조합원에게 청구할 때 법원이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고 했다.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질 때 조합원 모두가 거액의 배상액을 부담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한국무역협회는 "산업 현장의 불법 쟁의행위를 면책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기고 기업 경영을 더욱 위축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노동계는 기업이 '보복성 손해배상'을 청구해 노동자를 극단적 상황으로 내모는 관행에도 변화가 생길 거라고 기대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에서 "지난 30년 동안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 한진중공업 노동자 김주익·최강서, 유성기업·쌍용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분별한 손해배상의 고통에 절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가 명확해져 더 이상 억울하게 목숨을 버리는 노동자들이 없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노사 모두 마지막 퍼즐이 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대 노총은 11일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에서 열기로 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반대'를 주요 의제로 요구할 계획이다.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서 약 20만 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20년 만에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 노조법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엄포를 놨다. 6개 경제단체도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노조법 개정안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무역협회는 "국내 제조업 기반 유지와 일자리 창출, 나아가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 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노조법 개정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조법 개정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특혜를 줘 합리적 노사 관계를 만들어 가는 대다수 노사의 준법의식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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