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기립성 저혈압’, 기상 시 혈압 유지하는 자율신경계 이상 때문
어지럼증은 전 인구의 20~30%가 한 번 이상 겪는 흔한 증상이다. 보통은 어지럼증이 생기면 이석증·메니에르병 같은 귀에서 원인이 되는 증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어지럼증의 원인 질환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이 중 환자가 많이 호소하는 증상의 하나는 갑자기 일어설 때 순간적으로 혈압이 일시적으로 떨어져 어지럽고 현기증이 생기는 데, 이는 ‘기립성 저혈압’ 때문일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은 일어날 때 자율신경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혈압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저혈압은 수축기(최고) 혈압이 90㎜Hg, 이완기(최저) 혈압이 60㎜Hg 이하로 떨어질 때를 말한다.
특히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수축기(최고) 혈압이 20㎜Hg 이상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은 어지럽고, 심하면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빈번하거나 심각해 실신까지 한다면 전문의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기립성 저혈압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18년 2만840명에서 2022년 2만4,661명으로 최근 5년 새 20% 가까이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변정익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기립성 저혈압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고령 인구가 늘면서 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급증하는 이유가 클 것”이라며 “먼저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하는 원인을 평가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따라서 기립성 어지럼·기운 없음 등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면 신경과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게 좋다.
기립성 저혈압의 대표적인 증상은 앉거나 누워 있다가 빨리 일어서면 눈앞이 흐려지고 핑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다. 다시 누우면 곧 가라앉는 특징이 있다.
어지럼증 외에도 혈압이 떨어져 생기는 두통, 뒷목 통증과 뻣뻣함, 소화불량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증상은 잠에서 깨어난 이른 아침에 가장 심하며, 몸이 약하거나 증상이 심하면 실신할 수도 있고, 낙상으로 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증상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심혈관 질환이 생겨 사망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에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전문의 치료가 필요하다. 전형적이지 않은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 진단되지 못할 때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은 일어설 때 보통 500~1,000㏄의 혈류가 복부나 하지 정맥으로 이동하면서 일시적으로 심장으로 돌아오는 정맥량이 줄고, 심장 박출량과 혈압이 떨어지게 된다.
변정익 교수는 “이때 정상적이라면 자율신경계와 심혈관계에서 보상 메커니즘에 생겨 심장박동 수와 말초 혈관 저항성을 늘여 혈류량을 증가한다. 반면 보상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겨 혈류량을 조절하지 못하면 일어설 때 어지럼증이 나타난다”고 했다.
기립성 저혈압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기립경 검사를 시행하면 된다. 누운 상태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누웠을 때 혈압과 앉거나 섰을 때 혈압을 비교하는 검사다. 검사 5분 이내 수축기(최고) 혈압이 20㎜Hg, 이완기(최저) 혈압이10㎜Hg 이상 떨어지면 기립성 저혈압으로 진단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약물과 비약물 치료를 시행하는데, 환자 특성과 증상 심각도·빈도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비약물 치료가 기본이며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비약물 치료로 우선 생활 습관 교정이 중요하다. 수분이 부족하지 않게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필요하다. 아침 기상 시 곧바로 일어나지 않고 자리에서 수분간 앉았다가 서서히 일어나는 게 좋다.
운동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한다. 높은 강도의 실내 자전거처럼 하지 근육 수축을 증가시키는 운동이 정맥 환류량을 늘려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리를 꼬고 일어나기·다리 근육 수축하기·스쿼트 등의 운동도 추천된다.
일부 환자는 압박스타킹으로 기립성 저혈압과 동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비약물 치료 후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심하면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흔히 사용하는 약물은 미도드린·피리도스티그민·플루드로코르티손 등이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