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실린 게 아니냐" 관측 나와
인요한 행보에 대한 복잡한 속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당내 혁신안 마련에 머무르지 않고 야당 광역자치단체장을 만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여야를 아우르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권에선 "혁신위원장이 아니라 비상대책위원장급"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인 위원장은 10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인 위원장은 면담 후 취재진과 만나 "강 시장에게 1945년 이후에 대한민국을 침략한 행위는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광주시가 진행해 논란이 불거진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겨냥한 것이다. 강 시장은 인 위원장에게 △윤석열 대통령에게 야당과의 소통 제안 △병립형 선거제 회귀 반대 △5.18 헌법정신 추가를 위한 개헌 △지방 차원의 메가시티 추진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전날 김영록 전남지사와 만났다. 비상대책위원장도 아닌 여당의 혁신위원장이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과 만남을 이어가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국회의원 정량평가제 도입 등 혁신안 마련에 집중했던 '최재형 혁신위' 등 사례와도 차별화된 지점이다. 이날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도 진행했다.
인 위원장의 광폭 행보는 당내 대부분의 이슈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중진·지도부·'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겨냥한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 같은 파격 혁신안을 넘어 △이태원 참사 추모제 참석 △5.18 민주 묘지 참배 △유승민·김종인·이준석·홍준표 등 당내 비주류 만남 등이 모두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나 김기현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보여야 할 행보를 대신하는 모양새다. 이에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인 위원장 때문에 김기현 대표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혁신위원장이 아니라 사실상 비대위원장 아니냐"고 말했다.
여권에선 인 위원장의 거침없는 언행에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 승리"라며 "윤핵관들이 불출마하거나 험지 출마하는 것을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은 윤 대통령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도 "요구를 좀 더 세게 해야 한다"며 중진·지도부·윤 대통령 측근들의 거취를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여권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는 야당과의 소통 부재 등 대통령실을 겨냥하는 발언은 삼갔다.
이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복잡하다. 대표적인 것이 영남권 중진 등을 겨냥한 불출마 및 험지 출마론이다. 일각에선 인 위원장이 이를 관철시킬 경우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이 같은 인위적인 물갈이가 대통령실 참모나 검사 출신 인사들의 출마를 위한 '지역구 비워주기'라는 의구심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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