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전망 '안정적'서 '부정적' 전환
1세기 유지한 최고등급 하향 우려
"미국 경제 굳건하다" 백악관 반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 의회가 극단적 분열 탓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미국 민주주의 위기가 결국 100년 가까이 최고 등급을 유지한 미국의 신용 등급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무디스는 이날 발표한 신용평가 보고서에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미국의 신용 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 등급은 유지하되 ‘앞으로 하향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디스는 1917년 이후 줄곧 미국의 신용 등급을 'Aaa'로 유지하고 있다.
CNN은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만으로도 미국인의 투자와 대출, 정부의 부채 상환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1세기 만의 하향’이 거론 된 건 최근 극단주의로 치닫는 미국 정치권의 분열 때문이다. 최근 미국 의회는 내년도 미국 정부 예산안 심사를 하고 있는데, 처리 시한인 지난 9월 30일을 넘긴 채 40여일 째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 하원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은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내홍으로 당론조차 통일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2개의 전쟁’을 지원하고 고물가 압박에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재정 부담을 정책적으로 완화해야 할 정부 예산안이 의회에 묶여 있는 꼴이다. 미국의 2023 회계연도 재정 적자는 1조6,950억 달러(2,240조 원)로 지난해보다 23% 늘었다.
무디스는 이날 “의회 내 정치 양극화가 지속되면서 채무 능력 약화를 늦추려는 행정부의 재정 계획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금리가 높아진 가운데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리려는 효과적인 재정 정책적 조치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재정적자가 막대한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채무 능력을 유의미하게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평가했다.
앞서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한 바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미국 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렸다. 당시 이 조치로 미국 주가가 15% 이상 폭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윌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 부장관은 "미국 경제는 굳건하며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유동성이 큰 자산"이라고 반박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무디스의 등급전망 변경은 공화당의 극단주의와 기능장애가 초래한 또 다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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