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에 집무실 포함되는지가 쟁점
"집무실서 숙식" 비서실 진술했지만
고법 "금지장소를 임의로 확장 못해"
'대통령의 집무실(업무공간)은 관저(거주공간)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임의로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금지할 수 없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률상 집회금지 구역(관저 인근)을 경찰이 자의적으로 '집무실 인근'으로까지 확장할 수 없다는 취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8-1부(부장 정총령 조진구 신용호)는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전환)이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경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10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4월과 5월 대통령실 인근에서 정부 규탄 집회를 연다고 신고했지만 모두 경찰의 금지통고를 받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대통령 관저 100m 이내'는 집회 금지 구역인데, 용산 집무실 역시 주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관저에 해당한다는 것이 경찰 주장이었다.
제각기 진행된 관련 소송 1심에선 모두 시민단체들이 승소했다. 1월 참여연대 재판부터 3월 촛불전환이 낸 소송까지 법원은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까지 포함시켜 해석할 충분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는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으로, 절대적 집회금지 장소를 확장하는 것은 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국민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하는 것은 대통령이 일과 중에 집무실에서 수행해야 할 주요 업무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항소했지만 이번 항소심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집시법은 이미 특수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규제수단을 두고 있고, 집무실 인근 집회가 허용되더라도 대통령의 직무 집행이라는 헌법적 기능은 보호될 수 있다"며 "관저에 집무실을 포함할 경우 집회 자유의 핵심적 내용을 이루는 장소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특히 2심 시작 직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진술서까지 받아 재판부에 제출했으나 법원 판단을 바꿀 수는 없었다. 이 행정관은 "용산 집무실에는 침대와 화장실, 샤워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며 집무실의 '주거기능'을 강조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태풍 힌남노 △이태원 참사 등을 거론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사건 사고가 생길 때마다 집무실에 기거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는 밤새 집무실에서 상황을 지켜봤고, 다음날 새벽 내실에 들어갔던 걸로 기억한다"며 "위기 상황일 경우 집무실에서 주무시는 경우도 많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 처분의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며 물리쳤다.
이렇게 법원이 '집무실'과 '관저'를 거듭 분리해 판단하고 있지만, 집회·시위 제한 도로 범위를 집무실 앞 이태원로까지 확대하는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부터 시행되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촛불전환 측 법률대리인 이제일 변호사는 "최근까지도 경찰은 관련 집회에 금지 통고를 내렸는데, 법원이 항소심 판결로 재차 제동을 걸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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