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 흔드는 총선]
정부 대신 세법 띄우는 정치권
대부분 감세, 세수 부진 심화
대통령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각 주식양도소득세 완화, 임시소비세액공제(임소공제)·횡재세 신설 등을 제시하면서 세법 협상이 궤도에 올랐다. 여야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퓰리즘(표+포퓰리즘) 세법'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매년 말 정기국회에서 불붙는 예산안·세법 심의를 앞두고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이 대표다. 그는 3일 '성장률 3% 회복' 정책 중 하나로 임소공제 1년 한시적 실시를 제안했다. 임소공제로 소비를 늘려 내년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임소공제는 내년 신용카드 사용액이 올해 대비 5% 이상 증가할 경우, 최대 5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총급여의 25% 이상 소비분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는 카드공제에 추가 혜택을 얹는 식이다. 직장인은 연말정산에서 환급액을 늘릴 수 있다. 이 대표는 또 10일 정유사, 은행이 각각 유가 상승, 고금리 덕에 초과 이윤을 냈다면서 횡재세 도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횡재세 필요성을 언급한 날 대통령실은 주식양도세 완화를 꺼냈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세법 영역에서 자신의 패를 하나씩 공개하고 있는 셈이다. 주가 차익에 매기는 세금 부과 대상을 현행 종목당 보유액 10억 원 이상에서 높여야 한다는 게 주식양도세 완화의 골자다.
여야 간 예산안·세법 협상이 늘어진다면 임소공제 대항마로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공제) 연장이 뜰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올해 1년만 도입한 임투공제는 정책명, 내용 등 여러모로 임소공제와 닮았다. 임투공제에 따라 직전 3개년과 비교해 올해 투자를 늘린 기업은 법인세를 덜 낸다.
임투공제 연장은 재계 중심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올해 경기 하강으로 제한적이었던 기업 투자를 유도하려면 내년에도 임투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투공제 연장 여부는 정부가 다음 달 중순 발표 예정인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야당이 주도적으로 세법을 띄우는 모습은 정부가 만든 세법 개정안을 토대로 격돌하던 예년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여야가 내년 4월 총선 지지 세력을 모으려는 정무적 판단 아래, '정치 세법'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정치권이 제시하고 있는 세법은 설익어 자칫 갈등만 유발할 수 있다. 예컨대 횡재세는 시장경제에 어울리지 않고 그 방식이 거칠다는 지적을 받는다. 주식양도세 완화는 2024년까지 현재 기준을 유지하기로 한 지난해 여야 합의를 깨는 것이라,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면 민주당과의 대립이 불가피하다.
또 여야가 앞세운 세법은 대부분 감세 정책이라 가뜩이나 악화한 세수 사정을 외면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국세수입 예상치는 계획보다 59조1,000억 원 적게 걷히는 '세수 펑크'로 341조4,000억 원에 그친다. 국세수입은 내년에도 367조4,000억 원으로 부진하고, 2025년(401조3,000억 원)에 지난해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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