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19타수 6안타 맹활약
결정적 순간에 홈런 3방... 시리즈 지배
김용수 이어 두 번째 'LG MVP'
오지환, "롤렉스, 사료실에 보관 희망"
"요즘 시대에 맞는 더 좋은 시계 받고 싶다" 농담도
24년 동안 LG 야구단 금고에 잠자고 있던 롤렉스 시계의 주인을 찾았다. 한국시리즈 최초로 3경기 연속 홈런을 치며 팀을 29년 만에 정상으로 이끈 ‘캡틴’ 오지환이다.
오지환이 손목에 차게 된 롤렉스 시계는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유산’이다. 구 전 회장은 1998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주겠다며 해외 출장 중 당시 시가 8,000만 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구매했다. 그러나 시계를 보관한 금고의 문은 지난해까지 열리지 못했고, 그사이 명품의 가치는 상승했다. 해당 시계는 현재 단종된 상태로, 중고 시세는 1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 구단에 따르면 차명석 단장이 시계 수리와 손질을 새로 해 상태도 양호하다.
‘LG 우승’의 상징이 된 롤렉스 시계는 LG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29년 만의 한국시리즈정상에 도전하는 선수들은 MVP와 롤렉스 시계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주장 오지환은 “모든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MVP를 받고 싶어 하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라며 “주장의 권한으로 누구에게 줄 수 있다면 나한테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은 마침내 현실이 됐다. 오지환은 KT와의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19타수 6안타(3홈런) 타율 0.316 8타점을 수확하며 MVP에 선정됐다. LG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MVP를 받은 건 ‘레전드’ 김용수(1990ㆍ1994년 2회)와 오지환뿐이다.
2009년 입단해 LG의 암흑기 마지막 터널을 빠져나왔던 오지환은 잠실 유격수 최초로 ‘20홈런ㆍ2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지난해에는 1999년 유지현 이후 맥이 끊겼던 ‘골든글러브 유격수’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유격수로 성장한 그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해 주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차전 1-4로 끌려가던 6회말 1사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트리며 21년 만에 LG팬들에게 한국시리즈 홈런을 선물했다.
3차전에선 드라마 같은 한 방을 터뜨렸다. 5-7로 패색이 짙었던 9회초 2사 1ㆍ2루에서 상대 투수 김재윤의 2구째 직구를 받아 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극적인 8-7 역전승을 이끌면서 사실상 시리즈의 추는 LG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4차전에서도 7회초 1사 1·3루에 날린 스리런포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하며 15-4 대승에 일조했다. 단일 한국시리즈 3경기 연속 홈런은 오지환이 최초다.
한국시리즈 ‘별중의 별’로 등극한 오지환은 경기 후 "롤렉스 시계는 선대 회장님의 유품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받아서 차고 다니기 부담스럽다"며 "구광모 회장님께 전달해 팬들이 볼 수 있는 구단 사료실 같은 곳에 보관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신 좀 더 좋은 선물, 요즘 시대에 더 어울리는 시계를 받고 싶다"고 농담 섞인 의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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