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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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무차별적인 기습 공격은 세계인들의 충격을 자아냈다. 하마스의 공격은 이제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보였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력을 갖춘 정보기관 ‘모사드’와 방어 능력이 입증됐던 ‘아이언 돔’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이스라엘이 속수무책으로 기습당했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마스 기습 직후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을 전쟁으로 간주하고, 하마스 집결지와 관측소 등 가자지구 전역에 대한 즉각적인 대규모 공중 공습으로 대응했다. 이스라엘에 이번 전쟁의 목표는 하마스 완전 해체와 가자지구에 대한 점령 통치일 것이다. 반면 하마스는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 등의 피해를 부각시키며 이스라엘의 공격을 인도주의적 범죄행위로 부각시키는 인지전(認知戰ㆍ cognitive warfare)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하마스의 전술이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하마스 기습은 북한의 전술 교리와 상당히 유사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종교 휴일인 ‘수코트’가 끝난 직후 안식일 새벽 시간을 이용해 기습 작전을 감행했다. 드론을 활용한 각종 감시・통신・사격 통제체계 파괴, 방어 체계인 아이언 돔의 방어 한계를 고려한 6,500발이 넘는 대규모 로켓 발사, 동력 패러글라이딩을 활용한 공중 침투 등이 이뤄졌다. 하마스는 길이 65㎞, 높이 6m에 이르는,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스마트 장벽’을 무력화시키고 국경 지역으로 난입했다. 이러한 공격 형태는 2016년 12월 11일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TV가 내보낸 인민군 특수작전대대의 훈련 모습과 유사했다. 당시 인민군은 청와대를 본뜬 시설물을 타격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북한이 무기 거래, 전술 교리, 훈련 등 여러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하마스와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과 팔레스타인은 매우 가까운 관계다. 북한은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PLO)가 결성된 지 2년 만인 1966년 4월에 ‘국가 승인’을 실시했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수교 이후 북한은 팔레스타인에 게릴라 훈련, 일반 군사 훈련, 조종사 훈련, 장교단 교관 훈련 등 군사 훈련 지도와 비밀자금 지원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하마스 메트로’(Hamas Metro)라 불리는 땅굴도 북한이 헤즈볼라에 전달한 땅굴 기술이 하마스로 넘어가며 구축된 것으로 추측된다. 하마스는 길이 41㎞, 너비 10㎞에 불과한 가자지구 지하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미로를 건설했다. 그리고 이스라엘군 정찰기와 무인기의 감시를 피해 인원·물자를 운반하고 지휘 통제시설 등을 갖추는 데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하마스와 그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은 우리의 대북 안보대응에도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이제 핵을 등에 업은 북한이 마음만 먹는다면 어떤 기습적 도발도 거리낌 없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 대비해야 한다.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통해 ‘미군 철수’, ‘남한에 대한 관여 확장’, ‘국토 완전화’를 목표로 하는 북한으로서는 이번 상황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는 좋은 사례로 인식할 것이다. 핵을 사용하겠다는 핵 강압과 핵 협박 등 핵전쟁에 대한 공포심을 남한 및 국제사회에 조장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한미 동맹의 굳건한 확장억제가 작동하는 한 핵을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더욱 분명히 해야 한다.
어떤 형태의 핵이든 사용한다면 공언한 대로 김정은 체계의 종말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핵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핵 강압이나 핵 협박 등과 함께 강도 높은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핵 회색지대 도발’이다. 물론 이는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오판이 될 것이다. 하마스와 같은 반인륜적 도발을 통해 북한이 얻어낼 것은 없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도발을 통해 북한이 의도하는 정치적인 목적 달성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시, 연평도 해병부대의 강력한 응징은 좋은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난해 12월 18일 북한의 무인기 도발 시에 우리가 무인기를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들여보내 즉각적이고도 상응한 대응을 시행한 건 매우 적절했다. ‘억지’는 상대가 행위를 함으로써 얻는 이익보다 지불하게 되는 비용이 현저히 커지게 함으로써 달성 가능하다. 지난 4월 26일, 워싱턴 선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어떤 형태든 핵을 사용한다면 이는 북한 체제의 ‘파국’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이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만약 오판하여 국지전 개념의 도발을 강행한다면 반드시 몇 배, 몇십 배의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능동적 억제전략’이 가동되는 프로세서가 공언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능동적 억제전략은 ‘북한의 도발은 아무 이득도, 명분 없게 되고 희생만 커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의 엘리트들이 목격하게 할 것이고 체제에 대한 불신을 증폭하게 될 것이다. 이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간과되어서는 안 될 부분이 또 있다. 6,500발에 가까운 로켓을 단시간에 발사하는 형태의 도발 대응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전역을 대상으로 로켓 공격을 감행했으며, 대량의 로켓탄을 동시에 퍼붓는 방식을 사용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6,500발 중 900여 발이 아이언 돔 방어 지역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700여 발은 아이언 돔으로 요격에 성공했고 나머지 200발 정도는 요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 아이언 돔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언 돔이 없었다면 문제의 ‘700발’이 그대로 목표 지점에 떨어졌을 것이다. 이 경우 가자지구에 인접한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포함해 전투기 이륙용 활주로 등 이스라엘의 국방 능력이 궤멸되었을 것임은 자명하다. 벤구리온 공항이 아직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하마스의 공격 직후 이스라엘 전투기가 가자 지역 하마스 집결지에 대한 공중 공격을 감행하는 모습은 바로 아이언 돔의 엄청난 성과다. 지난 10월 14일 우리 공군의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가 교민 등 220명을 태우고 서울공항에 무사히 착륙한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당시 비행대장 안병수 소령은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이륙 직전, 아이언 돔이 로켓포를 요격하는 모습을 봤다. 만약 이스라엘이 아이언 돔을 배치하지 않았다면 공항 가동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꺼번에 수백 발이 넘는, 방어 능력의 한계를 초과하는 도발에 대한 대비 방안은 시급하고도 창의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크게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한국형 아이언 돔 개발이다. 하지만 배치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최단 시간 내에 모든 방안을 강구하여 방어 능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무인기와 장사정포 등을 동시에 사용하는 형태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레이저 능력을 포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층 방어망을 통합해 대응할 수 있도록 운용 체계를 개발해야 한다. 둘째, 원점타격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상대가 한두 발은 쏠 수가 있겠지만 세 발째는 발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 전 지역에 대해 즉각적인 원점 무력화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방호 대책 보완이 긴요하다. 유사시를 대비한 다양한 대피호 구축과 실질적인 민방공 훈련을 생활화하여 인명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 회색지대’ 도발 대비가 시급하다.
김기원 책임연구위원은?
공군사관학교 학사, KAIST 석사, 남서울대학교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시시피주립대 방문교수, 아주대 연구위원, 남서울대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신흥기술과 국방혁신, 미사일전략, 사이버안보, 블록체인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글로벌 국가들의 블록체인기술 활용과 시사점, 미국의 'MDR'과 시사점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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