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대회 예산 30% 증액편성 '셀프심사 중'
럼피스킨으로 소 수천 마리 죽어나갈 때
치어리더 개그맨 불러 흥청망청 단합대회
시민들 "기록했다가 다음 선거서 심판"
개그맨과 치어리더를 동원한 수천만 원짜리 친목 행사를 열어 지탄받던 충남 기초의회들이 내년도 ‘의원 단합대회’ 예산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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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충남 천안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를 비롯한 도내 시군의회가 내년도 의원 단합대회 행사비를 30%씩 늘려서 각 시군의회 사무처 본예산에 편성했다.
천안시의회 관계자는 “천안시의회와 아산시의회는 내년도 단합대회 예산을 올해보다 300만 원 많은 1,000만 원으로 각각 편성했다”며 “각 시군의회별로 올해보다 30% 증액된 예산을 편성, 내달 중순까지 심의를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남도 내 15개 기초의회 중 12개 의회 의원 146명은 지난 3일 천안 태조산 자연휴양림에서 3,650만 원을 들여 단합대회를 가진 바 있다. 내년도 예산이 30% 오를 경우 내년 단합대회 예산은 4,745만 원이다. 한 기초의회 관계자는 “의정 활동에 타지역 의회 의원들과 소통, 협력도 필요하다”며 “의원들의 단합대회를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단합대회를 목격한 시민들의 이야기는 결이 다르다. 천안에 사는 A씨는 “정부 재정 상태도 좋지 않아, 지자체마다 긴축재정을 한다는데 대낮에 세금으로 술을 마시고 노는 의원들 모습에 놀랐다”며 “다음 선거 때 꼭 기억했다가 표로 심판하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당시 행사를 본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단합대회는 ‘노래판, 춤판, 술판’으로 요약된다. 우연한 기회에 단합대회에 참여했다는 B씨는 “이상한 복장에다 술을 마시고 춤추며 노는 모습들이 영락없는 동창회 모임이었고, 기업 단합대회도 그렇게 열렸다간 내부에서도 문제가 생기는 시대인데, 우리 의원님들이 그랬다니 어이가 없다”며 혀를 찼다.
실제 이날 한 지역매체 카메라에 포착된 사진에 따르면 빨간 원피스에 가면을 쓴 여성 의원이 노래를 부르자 성가대 복장을 한 의원들이 무대에 올라 박수를 치며 몸을 흔들었다. B씨는 “그러다가 무대 아래 운동장에 선 참가자들도 함성을 마구 질러댔다”며 “무대 위 당진시의회 의원들이 큰 박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성가대 의상은 당진의 한 교회에서 빌려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합대회에선 술도 돌았다. 각 지역 특산주를 갖고 온 의원들이 주거니 받거니 마시면서 상당수 의원들이 불콰한 얼굴로 잔을 들고 행사장을 오갔다. 또 다른 천안시민 C씨는 “의원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백댄서들은 노래와 춤으로 흥을 이어갔다”며 “그 분위기 속에서 의원들은 술을 나눠 마시며 흥에 겨워 했다”고 말했다.
치어리더와 개그맨, 전문 MC까지 동원돼 열린 행사에는 총 3,650만 원이 쓰였다. 전문 MC와 치어리더 등을 부르는 데 2,100만 원, 행사 후 의원들이 가져간 선물 구입에 860만 원이 쓰였다. 행사비는 충남 기초의회 의장단협의회에 있는 예산과 각 의회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조달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기초의회 의원들의 단합대회 당시 서산에서 국내 최초로 발생한 소 럼피스킨 감염 사례가 확산하며 가축 수천 마리가 살처분되고 있을 때였다”며 “선출직 지방의회 의원 모습으로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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