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전남경찰청장(치안감)이 그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이 수사 중인 경찰 브로커 사건에 연루돼 수사 선상에 올라 있던 인물이다. 브로커 성모(62)씨는 경찰 고위층은 물론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해 왔다고 한다. 전직 치안감의 죽음까지 부를 정도라면 단순히 브로커 1명의 일탈 행위가 아닐 것이다.
이 사건은 광주지검이 1년여 조사 끝에 8월초 성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가상화폐 투자 사기범에게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18억여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가상화폐 사기는 물론 다양한 사건에 대해 성씨가 전방위적으로 불법 로비를 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행 덱(deck) 설치업자인 성씨는 십 수년 전부터 전현직 경찰 고위직과의 인맥을 과시해왔다고 한다.
검찰 수사는 성씨로부터 로비를 받은 경찰 몸통을 향하고 있다. 수사 기밀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관을 구속한 데 이어 이 지역 경찰 핵심 간부들을 겨냥해 전방위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성씨로부터 로비를 받고 금품을 수수한 전직 경무관과 경감 등 6명을 구속한 데 이어 광주경찰청 등 관계기관 7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을 느낀 전직 전남경찰청장 김모(61)씨가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은 숨진 김씨 외에도 현직 치안정감과 치안감, 총경 등 전현직 경찰 고위직 15명 안팎에 달한다고 한다. 경찰은 물론 성씨와 연락이 잦았던 정관계 인사가 200명이 넘을 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브로커 1명에 경찰, 정치인, 지자체 관료 등이 무더기로 놀아난 대규모 권력형 비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심지어 성씨는 경찰 간부급 인사에까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받는다. 사실이라면 비리 경찰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부패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테다. 검찰이 제 식구인 검찰 사무관부터 구속하는 등 수사에 의지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곳곳에 뻗어있는 비리 뿌리를 낱낱이 캐내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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