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이 모인 ‘종이빨대 생존 대책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16일 일회용품 규제 폐기로 인해 쌓인 종이 빨대 재고가 1억4,000만 개에서 2억 개에 달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가 정책 관련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면서 중소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상황이 통탄스럽다.
지난 7일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제한 계획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년간 계도기간이었는데, 이를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하겠다는 정부의 약속만 믿고 생산에 박차를 가한 종이 빨대 업체들에는 청천벽력일 수밖에 없다.
협의회 회원사들은 현재 1억4,000만 개의 재고가 있고, 협의회 미참여 업체까지 포함하면 재고는 2억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업체들은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 연장 발표 후 판로가 막혀 기계 가동을 멈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리고 긴급 자금 지원, 판로 마련, 계도기간 시한 지정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들의 요구는 무리한 것이 없다. 1년의 계도기간 동안 플라스틱 빨대 업체들은 사업 전환을 준비했고, 종이 빨대 업체들은 생산 본격화를 준비했다. 이런 산업전환을 엉망으로 만든 것이 무책임한 총선용 정책 뒤집기이다.
정부는 일회용 컵 반환보증금제 전국 확대 계획도 폐기했는데, 이로 인해 커피숍 등에서 사용하는 다회용(리유저블) 컵을 씻어주는 컵 세척 회사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환경 정책은 더 이상 환경 영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들의 생존이 달린 산업 문제임을 왜 모르는가. 제대로 된 환경 정책은 새로운 산업을 싹트게 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역할을 한다. 정부가 도입을 약속하고 계도기간까지 시행한 정책조차 뚜렷한 이유 없이 뒤집어진다면, 대체 업체들이 어떻게 정부를 믿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할 수 있겠는가.
플라스틱 빨대와 컵을 못 써서 큰일 날 일은 없다. 하루빨리 사용 제한 일정을 재설정해야 한다. 당장 위기에 몰린 업체들 지원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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