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 성명서 발표
"4분 사과, 업무 관행 벗어나"
정부 우호적인 보도 전면 배치
박민 KBS 사장 취임 후 뉴스가 사유화됐다는 비판이 KBS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박 사장 취임 후 9시 뉴스에서는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보도보다, 대통령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보도 등이 주요 기사로 다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스 몇 시간 전 '4분 사과' 등장...사장이 주문?"
KBS 기자협회는 16일 KBS 내부 게시판에 성명을 내고 “‘4분짜리 9시 뉴스 사과’는 내용과 절차 모두 문제가 컸다”고 지적했다. KBS '9시 뉴스'의 박장범 앵커는 14일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 보도에서 4분 10초에 걸쳐 '한동훈 법무부 장관 검언유착 오보' '김만배 녹취록 보도' '오세훈 생태탕 의혹' 등 과거 KBS의 ‘불공정 보도’ 사례를 열거하며 사과했다. 같은 날 오전 박민 사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적 불공정 보도 사례 4가지’를 언급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에 대해 기자협회는 “사장 기자회견 바로 뒤에 붙은 박 앵커의 보도 내용은 사장의 사과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받아쓰기했다”며 “보도 자체를 사장이 주문했는지, 지시가 있었는지 의심될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박 사장이 9시 뉴스를 사유화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간의 업무 관행을 벗어난 사과 방송이었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는 "(불공정 보도 사례) 당사자인 취재 기자들은 반론 기회도 얻지 못했다”며 “9시 뉴스 시작 몇 시간을 앞두고 큐시트(진행표)에 등장한 4분여의 보도는 홈페이지에 원고가 없다. 심지어 누가 썼는지도 몰라 그간의 업무 관행을 한참이나 뛰어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4분 사과' 보도 책임자에게 “(불공정 보도) 사례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고 누가 원고를 썼는지 설명하고, 절차상 문제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9시 뉴스, '윤석열 대통령'으로 시작
박민 사장의 취임 당일인 13일부터 9시 뉴스는 앵커가 교체됐을 뿐 아니라 주요 기사 선정까지 완전히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 9시 뉴스는 13일 '한미 양국이 대북 맞춤형 억제전략을 개정했다'는 소식을 첫 뉴스로 보도했다. 같은 날 다른 지상파 방송의 메인 뉴스가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선에 대한 우려'로 보도를 시작한 것과 비교된다. 14일에도 KBS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매도 금지를 지시했다'는 보도로 9시 뉴스를 시작했다.
15일에는 '미국 물가 안정세로 코스피가 2.2%포인트 상승했다'는 보도를 첫 뉴스에 배치했다. 박 앵커는 "매달 대출 이자 갚느라고 고생하는 분들에게는 좀 희망적인 뉴스가 있어서 첫 소식으로 골랐다"고 설명했다. 이후 정부의 택지 공급, 북한 도발과 한미동맹의 대응, 윤 대통령의 경제 외교 등 정부 정책을 소개하는 보도들이 이어졌다. 또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지지하는 '개 식용 금지법'(김건희법) 관련 단독 보도를 전했다.
반면 주식거래·자녀 학교폭력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와 국민의힘 내분 등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보도는 후반부에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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