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10만 여 중증 천식 환자, 호흡곤란·기침·객담 등으로 일상생활 어려워
“누우면 전혀 숨을 쉬지 못해 밤만 되면 무서워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기도 해요.” 기관지가 좁아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만성적으로 불면의 고통에 시달리는 ‘중증 천식’ 환자의 하소연이다.
중증 천식은 고용량 경구 스테로이드제와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해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중증 악화가 잦은 천식을 말한다. 중증 천식 환자는 전체 천식 환자의 5~10% 정도(10만여 명)로 추산된다.
중증 천식 환자는 심각한 호흡곤란과 기침, 객담 등으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다. 이들은 흡입 약물을 최대한으로 사용해도 조절되지 않아 심각한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오거나 반복적으로 병원에 입원하며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10만 명당 천식으로 인한 사망률이 2003년 4.8명에서 2015년 13.8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중증 천식은 △천식 증상 조절을 위해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해 내성이 생긴 경우 △스테로이드 치료제에 저항성이 있는 경우 △약물 과민 반응을 동반한 경우 △흡연 이력이 있는 중증 천식 △호중구성 혹은 호산구성 천식이면서도 스테로이드 치료제에 반응성이 떨어지는 경우 △알레르기성 중증 천식 등으로 구분된다.
김태범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중증 천식 환자의 기도(氣道)는 경증 천식 환자보다 근육이 두꺼워져 있고, 점액은 물론 섬유 조직과 염증세포가 많다"며 "이로 인해 고용량 흡입 스테로이드제(inhaled corticosteroid·ICS), 지속형 베타작용제(long-acting β2-agonist·LABA)·복합제 등을 쓰더라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고 치료 용량을 줄이면 악화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중증 천식 환자의 불안(38%)·우울(25%) 등 심리적 문제를 호소한다. 증상 악화로 인한 사회경제 활동도 쉽지 않아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이 44%이고, 직업 중단 기간도 평균 7년 정도된다.
다행히 중증 천식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효과적이다. 김태범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가 10만 명에 달하는 중증 천식 환자의 80% 이상에게서 효과를 나타내지만 그동안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약값이 한 달에 100만~200만 원 정도여서 중증 천식 환자 대부분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실정이었다”고 했다.
현재 중증 천식 치료제로 국내 허가된 생물학적 제제는 오말리주맙(제품명 졸레어)·메폴리주맙(누칼라)·레슬리주맙(싱케어)·벤라리주맙(파센라)·듀필루맙(듀피젠트) 등 5가지다. 이 가운데 오말리주맙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았다. 오말리주맙은 IgE(면역글로불린 E)을 억제해 집먼지진드기 등이 원인인 '알레르기성 천식'에 주로 쓰인다.
반면 메폴리주맙·레슬리주맙·벤라리주맙 등 3가지는 호산구(IL-5)를 타깃으로 하고, 두필루맙은 인터루킨 4, 13을 타깃으로 하며, 제2형 염증성 천식을 적응증으로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11월 1일 '중증 호산구성 천식' 치료에 효과가 큰 IL-5(인터루킨) 메커니즘을 가진 2가지 생물학적 제제(메폴리주맙, 레슬리주맙)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
호산구성 천식은 중증 천식 환자의 80%에게서 나타나고, 비호산구성 천식 환자보다 폐 기능 저하가 더 떨어지는 등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 않다. 호산구(好酸球·eosinophil)는 원래 기생충 감염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백혈구의 일종인데, 이 호산구가 천식을 일으키는 염증 세포로 작용한 것이 바로 호산구성 천식이다. 실제 임상에서 천식 환자 중 호산구가 혈액 마이크로리터당 300개 이상인 경우를 호산구성 천식으로 본다.
이전에는 중증 천식이라면 일반적 치료만으로 증상 조절이 어려워 ‘경구용 스테로이드제(Oral Corticosteroid·OCS)’를 사용했다.
하지만 경구용 스테로이드제를 장기간 쓰면 쉽게 멍들거나 골다공증·고혈압·당뇨병·근력 약화 등 심각한 전신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국내외 주요 천식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경구용 스테로이드제 투여를 줄이고, 생물학적 제제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생물학적 제제가 중증 호산구성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경구용 스테로이드제 의존도가 높았다.
이번에 건강보험을 적용받은 메폴리주맙의 경우 IL-5에 직접 결합해 IL-5에 의한 호산구성 천식 염증 활성화를 방해하는 단일 클론 항체 약물이다. 메폴리주맙은 국내 환자들이 포함된 대규모 임상을 비롯해 30여 건의 임상 연구를 통해 중증 천식 치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환자 삶의 질 개선과 경구용 스테로이드제 복용량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이를 통해 세계천식기구(GINA)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으로 권고되면서 전 세계 IL-5 제제 시장에서 67%를 점유하고 있다.
메폴리주맙은 성인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 중 고용량 흡입용 코리티코스테로이드-장기 지속형 흡입용 베타2 작용제(ICS-LABA)와 장기 지속형 무스카린 길항제(LAMA)를 투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심지수 이대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그동안 중증 천식 환자가 가운데 적지 않게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중단했다”며 “생물학적 제제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중증 천식 치료에 매우 의미 있는 변화가 마련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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