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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맥과 명당에 얽힌 불교 이야기

입력
2023.11.20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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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며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강원도 평창군 월정사

강원도 평창군 월정사

지하에 물이 흐르는 수맥이 있으면 건강에 안 좋다는 말이 있다. 흐르는 물 위나 곁에서 자면 신체의 기운이 쓸려나가 피곤하다는 것이다. 해서 수맥 차단을 위해 동판이나 은박지 또는 전용 매트가 사용되기도 한다.

수맥이 인체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또는 수맥 차단 용품이 효과가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런데 수맥 차단 용품 중에 불교의 '달마도'도 있어 주목된다.

달마는 인도의 왕자 출신 승려로 중국에 선(禪)수행이라는 명상법을 전수해 준 분이다. 또 무협소설과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한 소림사의 확립자이기도 하다.

중국 말에 익숙하지 않은 인도 승려의 영향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나라 말부터 선불교가 주류가 되면서 달마는 신격화되기 시작한다. 사림파가 조선을 장악하자 조광조가 급부상한 것처럼, 달마 역시 '안사의 난(755∼763)' 이후 당나라 불교의 재편 속에서 신화의 옷을 입게 된 것이다.

여기에 직업 화가가 아닌 문인들이 여가에 그리는 문인화 소재로 달마가 채택되면서, '달마도'에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수호신 같은 이미지가 첨가된다. 그러다 결국 한국에서 수맥 차단용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수맥은 안 좋은 데 반해, 샘솟는 연못은 명당이라고 판단된다는 점이다. 신라의 국찰 황룡사와 백제를 대표하는 익산의 미륵사, 또 양산의 통도사나 경주의 기림사 등은 모두 연못을 메우고 창건된 사찰이다. 똑같은 물이라도 용솟음치는 물길에는 치솟는 물길의 강력한 에너지가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또 물이 솟구치는 연못에는 용의 전설도 존재한다. 황룡사가 진흥왕이 왕궁을 짓는 과정에서 용이 출현해 사찰로 바뀌었다는 것이나, 통도사에 9마리 용이 살다가 1마리가 남아 사찰을 지킨다는 구룡지 등의 전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삼국유사'를 통틀어 유일하게 사찰 터가 명당으로 나오는 곳도 있다. 평창의 오대산 월정사다. '대산월정사오류성중'에는 "국내의 명산 중 이 월정사(적광전·寂光殿) 자리가 가장 좋은 땅으로 불교가 오래도록 흥성할 곳이다"라고 되어 있다.

SBS '특별한 오늘' 영상 캡처.

SBS '특별한 오늘' 영상 캡처.

실제로 명당은 다른 곳보다 '기온이 미세하게 높고 바람이 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간혹 0° 근처에서 눈이 내릴라치면, 다른 곳은 눈이 가득한데 적광전 지붕만 눈이 녹는 이적이 발생하곤 한다. 믿기 어렵지만 사진이 있어 안 믿을 수도 없는 자못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현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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