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전산망 이어 온라인 서비스 '정부24' 중단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 민원인 분통 및 원성
원인도 복구시점도 "몰라"… 행안부 대응 도마
“인감증명서랑 등본 뗄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17일 오후 2시 30분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임명선(50)씨가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해했다. 오는 20일 월요일에 집 계약을 위해 관련 서류들을 발급받으러 왔는데 전산망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복구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는 “부동산으로 가서 날짜를 하루 미룰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다”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전국 자치단체 행정전산망이 일제히 먹통이 돼 민원 업무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외부 공격에 의한 것은 아닌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날 저녁까지도 원인 파악과 복구에 실패하면서 공공기관에서의 민원서류 발급은 하루종일 온ㆍ오프라인 모두 ‘올스톱’됐다.
'새올'에서 '정부24'로 문제 번져
먼저 이날 오전 지자체 공무원 행정전산망인 ‘새올’에서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공무원이 새올 업무 시스템에 접속하려면 전용 공인인증서가 필요한데, 이를 검증하는 시스템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이와 연동된 무인민원발급기기도 작동 불능 상태가 되면서 행정복지센터 등에서 주민등록등ㆍ초본 등의 발급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전 내내 접속 지연을 보이던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마저 오후 1시 55분쯤 서비스가 중단됐다.
특히 부동산 관련 거래를 하러 온 시민들이 가장 큰 불편을 호소했다. 용산구 후암동에 거주하는 한모(59)씨는 “중도금 대출 신청 때문에 내일까지 등본을 제출해야 하는데 (센터에서) 발급이 안 된다고 한다”며 “내일은 주말이라 센터도 안 여는 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서울 마곡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소유권 이전 작업에는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초본 등이 필요하다”며 “서류를 미리 떼어놓지 않아 문제가 생긴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서류 발급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송파구 삼전동 센터를 찾은 최태순(86)씨는 “복지 혜택을 신청하려고 왔는데 낭패”라며 “허리랑 다리가 아파 센터에 한 번 오는 것도 힘든데 이게 무슨 난리냐”고 토로했다. “국가 전산망이 하루아침에 다 멈추는 게 말이 되느냐” “디지털 강국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다”는 항의에 공무원들도 진땀을 흘렸다. 한 센터 관계자는 “하루 평균 서류 발급을 위해 100명 정도 오시는데, 되돌려 보낼 수밖에 없어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충남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민등록 업무를 비롯해 건축전산, 복지전산이 모두 작동하지 않아 엄청난 항의를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오후 2시쯤부터는 정부24로도 문제가 번졌다. 직장인 최모(33)씨는 “전세보증금 대출 때문에 정부24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조치 시까지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황당한 안내가 적혀 있었다”며 “대출 심사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기한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태로 간접 영향을 받은 기관들도 적지 않다. 일부 국ㆍ공립 도서관은 도서 대출이 안 됐고, 정부 시스템과 연결된 시중은행 일부 애플리케이션(앱)도 일부 서비스가 제한됐다. 직장인 신혜리(26)씨는 “휴대폰을 바꾸고 인터넷뱅킹 앱을 새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신분증 인증이 안 돼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잔고 확인, 이체 등 기본적인 금융서비스 자체를 이용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행안부 일처리 논란
더 큰 문제는 새올과 정부24 전산망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행안부의 안일한 대응이다. 행안부는 이날 업무 종료시간 전까지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고, 복구에도 실패했다. 관련 문의가 빗발치는 데도 “우리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해 큰 불만을 샀다. 행안부는 이날 오후 5시 40분쯤에야 정부서비스 장애로 인해 국민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관련 법령에 따라 납부 및 신고기한 등을 연장하고 즉시 처리가 필요한 민원은 우선 접수 후 소급 처리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행안부는 이날 정부서비스 장애 해결을 위한 대책본부를 꾸리고 오후 9시30분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지난 12일부터 8일 일정으로 ‘디지털 정부’ 홍보 차원에서 포르투갈ㆍ미국을 출장 중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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