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횡재세 도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통상 시장경제 원리를 존중해 온 보수 정부에서 '은행의 종노릇' 발언 등 이례적으로 은행권의 이자수익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하자, 민주당이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1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 이런 표현까지 해가면서 은행권의 고금리를 질타한 바가 있다"며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횡재세를 도입할 수 있도록 협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금융회사가 코로나19 등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들인 초과 이익의 일부를 '부담금' 형태로 정부가 환수하는 이른바 '횡재세'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대표를 비롯해 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의원들도 발의에 동참했다.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무기는 횡재세에 우호적인 여론이다. 이 대표는 "우리 국민들께서도 70% 이상이 횡재세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그리고 경제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고금리에 따른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성인 500명 대상 횡재세 도입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70.8%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곧장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횡재세법 발의는 대중적 정서를 이용한 것으로 사실상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맞섰다. 윤 원내대표는 △횡재에 대한 규정 혼란 △이중과세 △조세형평 등을 도입 반대 근거로 꼽으며 "시장경제 원리와 맞는 방향으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은행권을 강하게 비판해 온 정부·여당의 기조를 고려하면 이 같은 입장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연초부터 은행 영업 관행을 '돈 잔치', '종노릇'에 빗대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왔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지난 7일 "이자 장사만 하지 말고 중소·서민 금융 지원에 협조하라"고 가세했다. 이에 맞춰 금융당국은 올 초 은행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개선안까지 마련했지만, 여당 내부에서조차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얄팍하게 민심을 얻으려 은행 비판에 몰두한 여권의 자가당착"이라며 "정부여당은 뱉은 말을 결과로 주워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야당 압박에 노출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 고객을 전근대적인 '종'에 비유할 정도라면 정부·여당이 횡재세를 거부할 명분을 만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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