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억 낮춘 하락 거래 잇따라
실거래가지수도 9개월 만에 꺾여
"실거래가 드라마틱한 하락" 전망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현대홈타운1차 전용면적 59㎡가 13억1,000만 원에 팔렸다. 14억 후반대~15억 원에 거래됐는데, 이달 들어 2억 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8월 최고가(18억 원)와 비교하면 5억 원 가까이 내렸다.
송파구 잠실동의 대단지 아파트 헬리오시에선 몸값을 16억 원(전용 59㎡ 기준)에 맞춘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실거래 가격(17억4,000만 원)보다 1억 원 가까이 낮췄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갑자기 시장이 얼어붙자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고 있다"고 했다. 서대문구 홍은동 현대아파트 전용 59㎡(10층)는 최근 시세보다 2억 원가량 낮은 4억3,000만 원에 팔려(중개거래) 시장에서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국 집값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서울 아파트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속에 집값이 가파르게 뛴 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주요 주택시장 지표가 이런 시장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한국부동산원·기준점 100)는 2021년 10월(188.9) 최고점을 찍은 뒤 횡보를 거듭하다 지난해 6월(180.8)부터 지난해 12월(142.3)까지 1차 조정을 거쳤다. 이어 규제 완화 정책에 힘입어 올해 1월부터 상승으로 방향을 틀어 9월까지 올랐다. 이 덕분에 올해 지수는 13% 뛰어 1차 조정기(-27%) 하락분의 절반 가까이를 만회했다.
하지만 10월 들어 분위기가 역전됐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달 마이너스(-) 0.45% 변동률(잠정치)을 기록,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실거래가지수는 표본조사로 매기는 주간 집값 통계와 달리 실제 거래된 아파트 가격을 이전 가격과 비교해 집계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집값 통계에서도 서울은 매주 상승폭이 줄어드는 건 물론 구별로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역이 속속 나오고 있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11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1% 떨어져 15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신고 건수는 이날까지 총 2,163건으로 2월(2,454건) 이후 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대로 집주인이 내놓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 건에 육박, 연초보다 60% 가까이 급증했다. 대출금리 급등, 경기 불황으로 매수심리가 약해진 데다 올해 실거래가가 10% 넘게 뛰면서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거래가 주춤해진 것이다.
시장에선 과거 서울의 실거래가지수 흐름을 고려할 때 서울이 '2차 조정기'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최대 30% 하락 전망이 제기됐다.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정책대출 종료, 시장금리 상승, 입주물량 등 공급 증가의 복합 영향으로 올해 10월 이후 실거래가부터 다소 드라마틱한 가격 하락을 전망한다"고 했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원자잿값 상승으로 부동산 가치 자체가 올라간 터라 체감 조정 수위가 미미할 수 있다"면서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2030 영끌족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가격 하락폭이 가팔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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