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LGBTQ의 세계 수도'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성중립 화장실 설치 의무화
실리콘밸리 테크기업들도 앞다퉈 확대
이달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SVN 웨스트에서 열린 오픈AI 개발자 콘퍼런스 현장. 메인 행사장이 있는 2층 화장실에는 'All-Gender Restroom'(모든 성별이 함께 쓰는 공용 화장실)이란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20여 개의 좌변기 칸은 모두 남성과 여성이 함께 쓰는 성중립 화장실이었다. 화장실 앞에 남성과 여성이 섞인 채로 일렬로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 새삼 생소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성중립 화장실 사용을 어색해한다. 외모나 출생증명서상의 성별과 성정체성이 다른 성소수자가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성중립 화장실은 샌프란시스코에선 흔하다. 샌프란시스코가 속한 캘리포니아주가 성소수자 권리 보호를 위해 2017년 모든 관공서와 상업 빌딩에 있는 1인용 화장실을 성중립으로 만들 것을 의무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026년부터 공립학교들은 최소 1개의 성중립 화장실을 둬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 뉴섬 주지사는 "캘리포니아가 가장 강력한 성소수자 권리법을 갖게 된 게 자랑스럽다"며 "취약한 청소년을 보호하고 서로를 수용하며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들은 성중립 화장실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층마다 1개 이상 있는 것은 당연하고, 모든 화장실을 남성용 소변기가 따로 없는 성중립 화장실로 만든 경우도 많다. 10년 넘게 실리콘밸리에 사는 한 엔지니어는 "성중립 화장실이 성별에 관계없이 자기 능력을 펼치는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며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없앤 뒤 아프리카계 엔지니어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실제 실리콘밸리 기업 고위 임원 등 유명인사 중엔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들이 적지 않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오픈AI CEO였던 샘 올트먼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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