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대구를 방문한 데 이어 이번 주 대전, 울산을 차례로 찾는다. 대구 방문에서는 시민들의 쏟아지는 기념 촬영 요구에 응하겠다며 서울행 열차 예매시간을 3시간 늦추기까지 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의 행보라고는 잘 믿기지 않는다.
한 장관의 대구 방문은 정책 현장의 의견 청취 차원이었다고 한다. 범죄 피해자 심리치유기관인 대구스마일센터 등을 찾아 애로사항을 들었다. 오늘은 대전, 24일엔 울산을 각각 방문한다. 장관의 정책 현장 방문을 뭐라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인상이 역력하다. 그는 “대구 시민들을 대단히 깊이 존경해 왔다”며 “대구 시민들이 6∙25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았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고 말했다. 장관의 발언이기보다는 정치인 발언에 가깝다.
특히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구에 응하느라 애초 예매했던 저녁 7시 서울행 기차표를 취소하고 밤 10시께 기차에 올랐다. 시민들이 몰려들어 사진 촬영과 사인을 요청했고, 한 장관은 “기다리는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해선 안 된다”라며 3시간 가까이 시민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팬미팅’ 현장을 방불케 한다. 며칠 전엔 배우자 진은정 변호사가 봉사활동을 하는 사진이 언론에 노출돼 화제를 낳았다.
지금 법무부에 가장 중요한 일을 꼽으라면 인사 검증일 것이다. 내달 대규모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이 예고된 상황이다. 한 장관 본인을 포함해 장관 교체가 거론되는 부처만 5, 6곳에 달한다. 바짝 달라붙어 인사 검증에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할 판이다.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의 업무시간 주식거래와 자녀 학폭 문제를 걸러내지 못하는 등 인사 검증 실패가 잇따르고 있지 않은가.
총선에 출마할 땐 하더라도 맡은 임무는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 한 장관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는 듯하다. 아직 법무부 장관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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