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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슬람권 "우리는 형제"... 베이징서 '이스라엘 반대' 공동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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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슬람권 "우리는 형제"... 베이징서 '이스라엘 반대' 공동 전선

입력
2023.11.20 18: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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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집트·팔레스타인 등 외교장관 한날 방중
이스라엘·미국 겨냥 "가자지구 살상 중단을" 촉구

20일 왕이(아랫줄 가운데)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이집트·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을 비롯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이슬람 국가 고위 관료들을 만나 회담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20일 왕이(아랫줄 가운데)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이집트·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을 비롯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이슬람 국가 고위 관료들을 만나 회담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6주를 넘긴 가운데, 중국과 이슬람권 주요 국가들이 ‘반(反)이스라엘’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무슬림 국가 4곳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외무장관들이 한날 중국을 방문해 이번 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중재 외교'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을 동시 견제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20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파이살 빈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과 요르단·이집트·인도네시아 등 3개국의 외교장관, 리야드 말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외무장관, 히세인 브라힘 타하 이슬람협력기구(OIC) 사무총장이 이날 한꺼번에 중국 베이징을 찾았다. 이들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파이살 사우디 외무장관은 "우리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기 위해 중국에 왔다"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전투와 살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중국은 아랍·무슬림 국가들의 좋은 친구이자 형제"라며 "팔레스타인 국가 재건과 팔레스타인인 권리 합법화를 줄곧 지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행동 합리화 막으려는 외교적 압박"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주요 이슬람권 국가의 외무장관들이 동시에 중국을 찾은 건 처음이다. '중재자'를 자처해 온 중국은 양측 간 휴전을 촉구하면서 팔레스타인 독립국 수립을 의미하는 '두 국가 해법'이 갈등 해소의 근본적 방안이라고 주장해 왔다. 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자위권 행사 차원을 넘어섰다"며 사실상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슬람권 국가 외교장관들의 방중은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중국 방문단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자기방어'로 합리화하지 못하도록, 서방 세계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살 장관은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 "가자지구 전쟁을 종식하고, 즉각적인 인도주의 통로 확보를 위해 이슬람 국가들이 행하는 정치 과정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 이슬람 불러들인 중국

이번 회동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열린 지 닷새 만에 이뤄졌다. 당시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이란이 전쟁에 개입하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국은 이란과의 논의 대신, 다른 이슬람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중동 내 대(對)미국 견제 수위를 한층 높이는 식으로 응답한 셈이다.

미국이 중국에 바랐던 움직임은 아니다. 주용뱌오 란저우대 교수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이슬람 국가들은 최근 중동 지역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는 중국을 지켜봐 왔다"며 "이번 베이징 회동은 중국의 중재력에 대한 그들의 신뢰를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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