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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극우 덩치 불리고, 미국선 트럼프 강세... '극우향우' 돌풍에 세계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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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극우 덩치 불리고, 미국선 트럼프 강세... '극우향우' 돌풍에 세계도 긴장

입력
2023.11.20 19:00
수정
2023.11.20 20: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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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녹색’ 좌파 백래시로 득세한 유럽 극우
내년 미 대선 ‘미국우선’ 트럼프 승리 가능성
“극우정당, 대안 정치세력 아닌 포퓰리스트”

지난해 9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로마에 있는 선거본부에서 '고맙습니다 이탈리아'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웃고 있다. 당시 조기 총선에서 멜로니 총리의 극우 성향 '이탈리아형제당'을 주축으로 하는 우파연합이 승리했다. 로마=AP 뉴시스

지난해 9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로마에 있는 선거본부에서 '고맙습니다 이탈리아'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웃고 있다. 당시 조기 총선에서 멜로니 총리의 극우 성향 '이탈리아형제당'을 주축으로 하는 우파연합이 승리했다. 로마=AP 뉴시스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에서 극우 성향인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53)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세계가 깜짝 놀랐지만, 아주 이례적인 승리는 아니다. 이미 유럽에선 극우 정당들이 정권을 잡거나 유력한 정치 세력으로 올라선 지 오래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밀레이의 원본 격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극단주의 우파의 득세는 전 세계적 현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진정한 대안 세력의 면모를 보여 줬다기보다는 주로 좌파 정권의 실정에 기인한 반작용의 결과로 세(勢)를 불린 측면이 큰 탓이다. 자국뿐 아니라 세계를 극단의 수렁에 빠뜨릴 위험성도 충분하다.

"반(反)난민·녹색정책에 대한 백래시"

물론 각 나라마다 극우 돌풍의 맥락은 다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경제난을 가중시킨 집권당(진보) 심판 성격이 컸지만, 유럽 극우 정당들은 ‘자국 우선·난민 배제’를 외치며 성장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시리아 내전 등으로 유럽행 이민자가 급증하자, 이에 대한 백래시(반발) 특수를 노리고 있다.

19일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22일 총선을 앞둔 네덜란드의 극우 성향 자유당(PPV)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중도우파 집권당인 인민당과 동일한 의석 수(26석)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PPV 대표가 성명을 통해 “(이민자의) 망명을 막고, 이슬람 학교와 쿠란, 모스크를 금지하라”고 밝힌 게 지지율 급등 이유로 꼽힌다.


지난 9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한 난민 수용소에서 이민자들이 망명 신청서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시칠리아=AFP 연합뉴스

지난 9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한 난민 수용소에서 이민자들이 망명 신청서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시칠리아=AFP 연합뉴스

반(反)이민을 제1의 가치로 내세우는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도 지방선거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창당 10년을 맞은 AfD는 올해 초부터 20% 초반의 지지율을 기록, 제2 정당에 올라서며 온건 우파를 제쳤다. 스웨덴의 백인 우월주의 성향 군소정당인 ‘스웨덴민주당’ 역시 지난해 반이민 정서를 앞세워 제2당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이탈리아, 핀란드, 헝가리 등엔 이미 극우 정권이 들어서 이민자 구금을 강화하거나, 국경에 수백 ㎞ 길이의 장벽을 세웠다.

난민 이슈 외에 녹색 정책도 유럽 극우정당의 세력을 키우는 재료로 쓰인다. ‘유럽연합(EU) 주도의 기후 위기 대응책은 과장됐고, 국민에게 부담이 된다’며 표를 모으는 식이다. 예컨대 올해 초 네덜란드 신생 정당 ‘농민-시민운동당’의 상원 제1당 등극에는 농민 이익을 앞세워 국가의 질소 감축 정책, 이민자들의 일자리 획득을 비판한 영향이 컸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미국선 '트럼프 어게인' 신호

11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 뉴햄프셔주 클레어몬트 유세장에서 연설을 마치고 연단을 내려오며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클레어몬트=AP 뉴시스

11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 뉴햄프셔주 클레어몬트 유세장에서 연설을 마치고 연단을 내려오며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클레어몬트=AP 뉴시스

미국도 극우의 위세가 만만치 않다. 2016년 한 차례 대선 승리를 거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11월 대선과 관련한 최근 여론조사 5곳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여전한 강세를 보인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이민자 추방 작전’을 공언하는 등 시종일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그의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방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밀레이 당선과 관련, “당신이 매우 자랑스럽다. 당신은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극우 정치 세력에 대한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 악시오스는 “물가는 상승하는데 이민자는 늘고, 기후변화 대응 비용이 증가하면서 이를 새로운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며 ‘극우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2024년 전 세계 최대의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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