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금융권 라이벌인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의 희비가 시즌 초반부터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올 시즌 주전 멤버 절반 이상을 한꺼번에 교체한 우리카드는 8승 1패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반면 일부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KB손해보험은 개막전 승리 후 9연패의 늪에 빠졌다.
21일 현재 우리카드는 8승 1패(승점 22)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4위인 대한항공(승점 19·6승 3패), 삼성화재(승점 16·6승 3패), OK금융그룹(승점 15·6승 3패)을 따돌리고 순위표 맨 위에 자리하고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리카드는 약체로 평가받았다. 주포 나경복과 주전 세터 황승빈이 FA 등으로 팀을 떠났고, 외국인 선수까지 교체되는 등 주전 멤버 절반 이상이 바뀌면서다.
하지만 '봄 배구 전도사'로 2018년 부임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치지 않았던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새 얼굴들로 판을 짰다. 지난해 팀의 토종 간판으로 성장한 김지한과 함께 트레이드로 보강한 한성정을 왼쪽에 배치했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트레이드로 합류한 송명근, 서브가 좋은 정성규 등이 뒤를 받쳤다.
외국인 선수로 아포짓 스파이커 마테이 콕을 점찍은 신 감독은 아시아쿼터 7순위로 데려온 잇세이 오타케를 미들블로커로 준비시키며 높이 보강에도 힘썼다. 미들블로커에 박진우 박준혁 이상현 김재휘 최석기 김완종 등이 있었지만 포지션별로 2배수에 가까운 선수를 준비했다.
가장 약점으로 꼽혔던 세터는 고졸 2년 차인 한태준이 최고 세터 출신인 신 감독의 지도를 받아 빠르게 성장하며 자리를 잡았다.
착실히 준비한 결과 기대 이상이었다. 한태준을 중심으로 마테이, 김지한의 좌우 쌍포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기본기가 좋은 잇세이와 안정된 리시브를 받치는 한성정 등이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이다”라면서 “아직까지 다른 팀들이 정비가 안 돼서 운이 따라준 점도 있다”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반면 KB손해보험의 부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시즌 전부터 주전 세터 황택의(국군체육부대)의 이탈 등으로 고전이 예상되긴 했지만 길어지는 연패 속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팀을 떠난 한성정, 박진우 등의 공백을 쉽게 메우지 못하고 있으며, 설상가상 토종 에이스 황경민이 늑골 골절로 한 달 이상 이탈했다. 황경민의 자리에 아시아쿼터의 대만 출신 아웃사이드 히터 리우 훙민을 배치했지만 공격력은 기대 이하다. 그렇다 보니 매 경기 비예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답답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잘 싸우다 후반 들어 비예나의 체력이 떨어져서 패하는 경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연패 기간 풀세트 패배만 5번이다.
후인정 감독은 "황경민을 대신해 레프트로 들어가는 선수들마다 공격성공률이 너무 안 나온다. 거기서 성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자꾸 지다 보니 선수들도 답답하고 힘들어한다. 빨리 연패를 끊어낼 수 있도록 더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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