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준공 예정... "시간당 1000명 이송"
학교·복지원 경유, 학습권 문제 또 불거져
학생들 "사생활 노출 걱정" vs "상관없다"
2년 뒤 완공 예정인 서울 남산곤돌라를 두고 '학습권 침해' 논쟁이 불붙었다. 곤돌라 진행 방향 아래에 학교가 여럿 있어 공사 소음은 물론 완공 후 수시로 지나가는 곤돌라 탓에 청소년들의 사생활이 노출되고, 불안감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심 속 대형 공공시설물을 설치할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이다.
서울시 "케이블카 긴 줄... 곤돌라 꼭 필요"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달 초 남산곤돌라 설계·시공을 위한 입찰 의뢰를 마무리했다. 남산곤돌라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38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중구 남산예장공원(하부 승강장)에서 남산 정상부(상부 승강장)까지 800m 구간을 운행하게 된다. 시는 시간당 1,000명 넘는 승객을 운송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차 후 탑승하는 케이블카와 달리 곤돌라는 탑승기 정차 없이 계속 손님을 태울 수 있는 경사면 운송 수단이다.
남산곤돌라 사업은 이미 두 차례 무산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과거 재임 시절 '남산 르네상스' 정책의 일환으로 처음 추진됐지만, 투자 대비 효과가 적다는 반대에 부딪혀 2011년 없던 일이 됐다. 박원순 전 시장도 2015년 곤돌라 설치에 나섰으나, 한양도성 남산구간 경관을 해친다는 반발에 가로막혔다.
세 번째 도전인 만큼 서울시의 사업 의지는 확고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종료 후 남산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추가 운송수단 필요성이 더 커졌다. 앞서 시는 2021년부터 남산 생태환경 보호 명목으로 경유 관광버스의 정상 진입을 통제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운송수단이 노선버스와 케이블카로 한정됐다. 시 관계자는 "버스와 케이블카 앞에 긴 줄을 서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학교 4곳 밀집... 학습권 보장 어떻게?
하지만 이번에도 사업 추진은 그리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자연환경 훼손은 둘째치고, 곤돌라 경유지에 있는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조감도를 보면, 곤돌라는 남산 자락에 위치한 △초등학교 2곳 △고교 1곳 △대학 1곳 △아동보육시설 1곳 바로 옆을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 시민단체들은 "곤돌라 탑승객이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구경하게 되는 셈"이라며 "요즘은 카메라에 줌 기능이 있어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케이블카·곤돌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학습권은 주요 쟁점이다. 올해 6월에도 충북 단양군이 추진하던 양방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인근 학생·학부모들의 강한 항의에 밀려 백지화됐다. 윤건영 충북교육감까지 "학습권이 침해돼선 안 된다"며 반대 여론에 힘을 실었다. 임정원 서울학부모연대 위원은 "서울시는 아직 주민, 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다"면서 졸속 추진을 비난했다.
서울시도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시공사들과 학습권 보장 방안을 마련하고, 이해당사자들을 상대로 공청회도 개최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곤돌라가 숲을 지나가 학교 쪽 시야는 차단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외부 조망을 못 하게 하는 조치 등을 폭넓게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 의견은 분분하다. 숭의여대 재학생 조모(19)씨는 "여대다 보니 카메라에 찍히는 게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리라아트고에 다니는 박모(17)양도 "체육관이 없어 학생들이 주로 운동장에서 활동하는데 구경거리가 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학교 서모(16)양은 "소음 문제만 해결되면 학교도 유명해지고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숭의여대에 재학하는 김모(21)씨 역시 "남산 정상까지는 가는 방법이 많지 않아 서울시 입장이 이해된다"며 곤돌라 사업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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