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김태효, 7월 나토 정상회의 순방 동행
북 ICBM 발사 당시도 화상으로 NSC 진행
북한이 21일 밤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감행할 당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수행을 위해 국내를 떠나 있었다는 사실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정부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명분으로 삼으며 '중대 도발'로 규정한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이 런던 현지에서 화상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며 신속한 대응에 나섰지만, 북한의 도발이 예고된 시점에 국가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모두 해외 출장에 나선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런던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사실을 보고받은 뒤 화상으로 NSC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과 조 실장, 박진 외교부 장관, 김 차장은 런던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인성환 안보실 2차장이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각각 회의에 참석했다. NSC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 군사정책과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해 국무회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 자문에 응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다. 북한 도발 등이 발생할 경우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데, 이번 NSC 상임위에선 의장(대통령), 상임위원장(안보실장), 사무처장(안보실 1차장)이 모두 국내에 없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문제는 북한의 도발 당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모두 대통령 순방 동행에 나선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당시에도 조 실장과 김 차장은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 수행 중이었다. 윤 대통령은 리투아니아 현지에서 화상으로 NSC 상임위를 주재했다.
정부와 군 당국이 북한 동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다면 화상 회의를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내 위성전화가 설치돼 있어 안보실장과 1차장의 해외 순방 동행이 컨트롤타워 부재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전에도 "발사 시간대와 내용이 어떻든 정부의 체계적 대응, 동맹국과 대응 등 계획이 수립된 상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직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는 "최근엔 화상 등 통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북한 도발이 출장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이 참석한 당시엔 김성한 안보실장이 국내에 남아 있었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거론되던 시기였다. 북한의 이번 도발도 '10월 발사'를 공언해 온 데다, 군과 정보 당국이 이번 주 혹은 늦어도 이달 말에 도발할 것으로 예측했다. 혹여 접경지역에서 북한이 긴장 고조 행위에 나설 경우, 컨트롤타워의 국내 부재가 신속한 대응에 혼선을 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데에는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의 직제 특성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은 박근혜 정부에선 외교안보수석(안보실 2차장 겸직) 산하에, 문재인 정부에선 안보실 2차장 산하에 있던 것과 달리 현 정부에선 NSC 사무처장을 겸직하는 안보실 1차장 산하로 옮겨졌다. 포괄적인 외교·안보 정책 조정을 위해 1차장 산하에 안보전략, 외교, 통일, 경제안보 기능을 두루 둔 것인데, 결국 안보실장과 1차장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에 동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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