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크고 작은 정부 전산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제는 주민등록시스템이, 어제는 조달청 전산망이 불통됐다. 모두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관리원에서 관리한다. 어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의원들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시스템 부실과 부적절 대응을 질타했지만, 장관은 국외출장 중이었다.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사이트는 어제 오전 9시 19분부터 1시간가량 작동하지 않았다. 조달청은 장애시간 동안 입찰 마감 시한이 도래한 1,600여 건의 입찰 공고를 부랴부랴 연기했다. 행안부는 “해외 특정 IP에서 집중 접속을 해 발생한 일시적 과부하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제는 오전 11시 45분부터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 등초본 발행이 일시 정지됐다가 20여 분 만에 복구됐다. 이 또한 행안부는 “오류나 장애가 아닌 과부하”라며 “점심시간에 민원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직장인들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정부’를 외쳐온 나라에서 며칠 새 행정전산망 장애가 끊이지 않는 건 심각하다. 정부 입찰이나 민원서류 발급이 이례적으로 몰릴 만한 사유는 없었다. 외부 공격에 의한 것이었다고 쳐도 시스템 취약성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무엇보다 주말 사흘간 지속됐던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의 원인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대응 매뉴얼이나 백업시스템 미비 대책은 요원하다. 더 큰 사고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이 모든 상황을 책임지고 수습해야 할 이상민 장관은 태스크포스(TF)만 만들어놓고 21일 곧장 대통령이 순방 중인 영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TF 첫 회의를 이끈 것도, 국회에서 연신 고개를 숙인 것도 차관이었다. 이 장관은 이날 영국 내각부 장관과 디지털 정부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영국 내각에서 (이 장관 참석에 대해) 특별한 요청이 있었다”고 하는데 사전 양해가 불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 당시 무상 서비스에조차 보상을 주문하고 대책을 닦달했던 그 정부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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