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렘수면행동장애, 치매·파킨슨병 발병 위험 높아
잠은 얕은 잠(렘수면)과 깊은 잠(비렘수면) 단계가 번갈아 4~6차례 반복되면 이뤄진다.
전체 수면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렘(REM· Rapid Eye Movement)수면’ 단계에서는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고 뇌파가 활성화해 꿈을 생생하게 꾸지만 근육이 이완(마비)돼 몸을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신체 근육을 조절하는 뇌간(腦幹)에 문제가 생기면 잠잘 때 근육이 이완되지 않고 오히려 긴장돼 소리를 지르거나 발로 차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등 이상행동을 한다. 꿈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렘수면행동장애).
렘수면행동장애가 발생하면 12년 이내 73.5%가 파킨슨병·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루이소체 치매·다계통 위축 등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악화한다.
게다가 ‘렘수면행동장애 전 단계(렘수면 무긴장 소실이나 꿈-행동화 중 하나가 나타날 때)’일 때에도 이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아진다.
그런데 국내 50~80세 연령대의 10명 중 1명꼴로 렘수면행동장애 전 단계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윤창호·이우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교수팀이 지역사회 코호트에 포함된 1,075명(50~80세)을 대상으로 수면 다원 검사와 렘수면행동장애 선별 검사 설문지(RBDSQ) 조사, 전문의에 의한 병력 청취 등을 시행해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신경학(Neurology)’ 최신 호에 실렸다.
연구 결과, 렘수면행동장애를 겪는 사람은 1.4%였고, 렘수면행동장애 전 단계인 사람은 15.9%였다. 렘수면행동장애 전 단계 가운데 12.5%는 근육 긴장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고(렘수면 무긴장 소실), 3.4%는 꿈속에서 하는 행동이 실제 움직임으로 나타났다(꿈 행동화).
하지만 렘수면행동장애 전 단계 증상인 무긴장 소실과 꿈-행동화 간의 상관관계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전 단계 증상 간 임상적인 특징이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렘수면행동장애 전 단계일 때 치료를 시작하면 렘수면행동장애와 주요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악화하는 것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윤창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역사회 코호트를 기반으로 일반인의 렘수면행동장애와 그 전 단계 증상의 실제 특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전 단계 증상이 나타난 뒤 렘수면행동장애와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진행을 예측할 수 있는 인자를 밝혀 질병을 적극적으로 선별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우진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가 의심된다면 수면 전문의를 찾아가 적절한 검사를 받는 게 좋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수면 질을 회복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파킨슨병·치매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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