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반발
"한일 양국 간 협력 지속돼야" 언급도
일 언론·전문가 "강제동원 판결과 달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국 법원에 낸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일본 정부가 판결 결과에 거듭 반발했다. 그러면서도 한일 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사법 리스크가 또 불거졌다”고 우려한 일본 언론과 전문가들도 이번 판결이 양국 관계에 미칠 파장은 2018년 강제동원(징용) 판결에 비해선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2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국제법과 한일 정부 간 합의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며 “매우 유감스럽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측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계속해서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전날 항소심 판결이 나오자, 가미카와 요코 외무장관 명의로 같은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하고,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기도 했다.
마쓰노 장관은 그러나 앞으로 한일 협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거듭하는 등 냉엄한 전략적 환경을 고려한다면, 한일 간 긴밀한 협력이 지금처럼 필요한 시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상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가 적극적으로 움직여 왔다”며 “여러 측면에서 노력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의 실질적 손해 발생 가능성 적어"
일본 언론이나 일본 내 한일 관계 전문가들도 사실상 비슷한 반응이었다. 한국 법원 판결로 과거사와 관련한 ‘사법 리스크’가 또다시 부상했다고 우려하면서도,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강제동원 판결은 일본 기업이 피고여서 한국 내 자산 압류에 대한 실질적 압박이 있었던 반면, 위안부 소송 피고는 일본 정부인 탓에 배상을 강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양국의 과거사 문제가 다시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급속히 개선돼 온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지금까지 좋은 흐름을 한국 정부와 만들어 왔다. (한국 법원 판결이) 관계 개선에 장애가 되진 않을 것”이란 외무성 간부 발언을 전했다.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에 실질적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어서, 한일 관계 영향은 현시점에선 한정적”이라고 전망했다.
26일 한일 외무장관 회담 주목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로선 일단 강하게 항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실질적 피해 가능성이 별로 없으므로, 윤석열 정부가 판결에 대한 대응을 일본 측에 잘 설명하면 더 이상 크게 문제 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침 가미카와 장관이 26일 예정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위해 25일 한국을 방문한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양자 회담에서 어떤 대화를 나눌지가 주목된다.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당장 큰 파장이 없더라도 한일 관계는 내부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양국 관계 개선 의지가 강하지만, 내년 봄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이나 내각 지지율 하락에 불만인 자민당 보수파가 이번 판결과 관련해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한 주장을 하고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을 한국 재단이 대신 변제한다는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도 일부 원고의 거부로 완전한 실행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런 민감한 시점에 나온 '위안부 항소심 판결'의 파장을 중장기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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