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3분기 가계동향조사
자녀 1명 30만원·2명은 85만원
고소득층일수록 사교육비 ↑
“아들놈이 자기도 일타강사 수업 듣고 싶다는데 어떡해요. 딴거 줄여서라도 학원비는 내줘야지.”
내년 고3에 올라가는 자녀를 둔 주부 박모(49)씨는 최근 109만 원짜리 인터넷강의 수강권을 결제해줬다. 1년간 모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이른바 ‘프리패스’ 강의권이다. 박씨는 “고3이라 다음 달부터 수학 과외비도 10만 원 올린다고 하는데, 이러다가 남편 버는 것의 거의 절반이 학원비로 나갈 판”이라고 한숨을 푹푹 쉬었다.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가구별 교육비 지출은 나날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3년간 소비 지출이 계속 늘어난 항목은 ‘교육’이 유일하다. 특히 고소득 가구의 교육비 지출이 크게 늘며 소득분위별 교육비 양극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280만8,000원) 중 교육 지출은 25만6,089원으로 전체의 9.1%를 차지했다. 1년 전(23만9,000원)과 비교하면 7.0% 증가한 수치다. 교육 지출은 2021년 1분기를 시작으로 11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다. 분기별 평균 증가율은 11.5%로 전체 소비지출의 평균 증가율(5.2%)을 크게 웃돈다. 자녀 사교육에 점점 돈을 더 많이 쓰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자녀가 1명 있는 경우는 교육비로 30만3,315원, 2명인 경우는 85만380원을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10.0%, 15.9% 늘어난 수치다.
소득 수준별 교육비 지출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상위 20% 가구(5분위)의 월평균 교육 지출은 67만4,004원으로, 1년 전보다 19.4% 뛰었다. 반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2만8,000원으로 같은 기간 13.9% 감소했다. 사교육이 입시에 극명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사교육 격차를 통해 입시 결과에 반영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가계가 사교육비로 쓰는 돈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계동향조사는 7,200여 개의 표본가구에 가계부 기입을 요청해 교육비 지출을 집계하고 있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전국 초·중·고교 약 3,000곳에 재학 중인 학생 7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 원이었다. 전년 대비 10.8% 증가, 200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에서 초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7만2,000원, 중학생은 43만8,000원, 고등학생은 46만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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