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인 어제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을 전격 경질하고, 해외 담당인 권춘택 1차장과 대북한 담당인 김수연 2차장도 교체했다. 1차장에 임명된 홍장원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이 후임 국정원장이 임명될 때까지 직무대행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이 인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뇌부 교체가 긴박하게 진행된 것으로, 그만큼 윤 대통령이 국정원 상황을 심각하게 봤다는 얘기다. 끊이지 않는 내부 인사 잡음과 외부 유출 등이 수뇌부 전격 경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의 국정원은 정보기관이라 말하기도 창피할 정도로 파벌 다툼과 그 연장선에서 빚어진 인사 잡음, 내홍의 외부 유출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6월 김 원장이 제청하고 윤 대통령이 재가한 국정원 1급 보직인사가 1주일 만에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이러한 인사 파동이 빚어진 데는 김 원장 최측근의 인사 전횡 논란과 반대파 반발이 원인이 됐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 조직 안정을 위해 김 원장을 재신임했지만 최근 또다시 인사 잡음이 노출되면서 김 원장 체제로는 수습할 선을 넘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 원장 최측근이 외부에서도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김 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권 1차장이 해외 업무 관련 비리 연루설로 받고 있는 직무 감찰이 내부 알력과 연관돼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앞서 윤 정부 출범 직후엔 전 정권과 관련한 인사 물갈이 과정에 기획조정실장이 임명 4개월 만에 물러나기도 했다.
이번 수뇌부 경질은 진보에서 보수정권으로의 권력 교체에 따른 인사 진통과 김 원장의 조직 장악력 부재가 얽혀 있다. 조속한 수뇌부 인사로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이나 수뇌부 교체는 국정원 문제 해결의 미봉책일 따름이다. 국정원이 정권교체 때마다 조직이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탈정치 시스템과 제도를 마련하지 못했기에 내부 알력과 외부 유출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기관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