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캐릭터가 취한 손동작 논란 일자
넥슨, 26일 영상 비공개 조치 뒤 사과
제작사 "손동작 의도성 없었다" 해명
사상 검증 논란에 넥슨 탈퇴 움직임도
넥슨이 최근 공개한 게임 홍보 영상에 등장한 캐릭터의 손 모양을 두고 남성 혐오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일자 넥슨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23일 넥슨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게임 홍보영상을 두고 남성 혐오 의혹이 제기됐다. 이 게임의 캐릭터인 '엔젤릭버스터'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한 프레임(약 0.01초) 동안 취한 손동작이 남성 혐오를 상징하는 집게 손 모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손 모양은 '메갈리아'(2015~2017년 활동한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한국 남성 성기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영상 제작사에 소속된 한 애니메이터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는 점을 근거로 '회사 작업물에도 의도적으로 개인 사상을 숨겨넣었다'고 주장하며 넥슨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넥슨은 26일 자정쯤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이어 사과문을 내고 "최대한 빠르게 논란이 된 부분을 상세히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홍보물 제작 과정에서 세심하게 검토하지 못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은 메이플스토리 영상 외에도 해당 제작사가 만든 던전앤파이터·블루아카이브 등 게임 영상에서 집게 손 모양을 찾아내 넥슨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던전앤파이터 측은 "모험가(이용자)님께 불쾌한 감정을 드리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문제가 된 범위가 광범위할 수 있기 때문에 빠짐없이 검토하고 조치사항에 대해선 다시 공지드리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블루아카이브, 에픽세븐, 아우터플레인, 이터널 리턴 등 게임 측도 줄줄이 사과문을 게재했다.
논란이 게임업계 전반으로 확산하자 해당 영상을 제작한 '스튜디오 뿌리'도 입장을 밝혔다. 이 회사는 26일 자사 SNS를 통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해당 애니메이터의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이어 "스태프의 발언도 모두 확인했다. 게임의 방향성과는 전혀 관계없는 발언들로 해당 영상이 연관되게 해드린 점 정말 죄송하다"면서 "해당 스태프가 작업했던 컷은 리스트업하여 각 게임사에 전달드렸고 후속 조치를 위해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손 모양과 관련해선 의도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 뿌리는 "(손동작은) 의도하고 넣은 동작은 절대 아니다"라며 "해당 스태프는 키 프레임을 작업하는 원화 애니메이터로서 저희가 하는 모든 작업에 참여하나 이러한 동작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 검증 논란도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SNS에서는 "순식간에 지나가서 잘 보이지도 않는 손동작 때문에 남성 혐오라니, 믿을 수가 없다" "넥슨의 사상 검증에 실망해서 (회원) 탈퇴했다" "툭하면 남성 이용자들의 '페미' 공격에 제작사들만 억울할 따름"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2020년 전국여성노동조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게임업계에서 여성 인권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가 부당한 대우를 당한 여성 노동자가 최소 14명에 달한다. 2016년에는 넥슨이 서비스하던 게임 클로저스에 참여한 성우가 SNS에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가 계약 해지를 당했다. 지난 7월에도 한 게임 일러스트레이터가 과거 불법 촬영 반대 집회를 지지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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