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북한이 지난 21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데 이어, 우리도 이달 30일 독자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그런데 같은 군사정찰위성 발사임에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는 반면, 우리는 그렇지 않은 게 불공평하지 않느냐는 시각이 일부 매체를 통해 유포되고 있어 놀랍다. ‘오마이뉴스’에 최근 실린 ‘북한 인공위성 발사, 과연 도발일까’ 같은 주장이 한 예다.
▦ 글의 요지는,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인공위성 등 우주개발을 소망한다. 대한민국은 ‘누리호’를 통한 인공위성 궤도 안착에 성공했다. 북한도 꾸준히 위성 보유를 추구해왔다. 특히 미국은 그동안 자국 위성으로 북한의 군사시설을 정밀 감시해온 터라 북한으로선 대응적 위성 감시정찰체계 구축이 절실했다. 그런데 우리 위성 발사는 미래를 향한 도약이라면서 북한엔 도발이고 범죄라니, 이상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 얼핏 일리가 있어 보이는 이런 주장은 위성 개발이 “추호도 양보할 수 없고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정당방위권의 행사”라는 북한 측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의 진짜 문제는 단순한 북한 동조를 넘어, 북한 위성 발사가 왜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이고 한반도 안보에 위협인지를 얼렁뚱땅 호도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의 이번 발사는 명백한 도발이다.
▦ 의외로 간과되는 사실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집단이라는 점이다. 1968년 유엔에서 채택된 NPT는 비핵보유국의 핵무기 보유와 보유국의 비보유국에 대한 핵무기 양여를 금지하는 국제조약이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남수단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가 가입했다. 우리나라 역시 NPT 비준국으로서 핵무기 개발을 자제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2003년 최종 탈퇴 전후부터 독자 핵무기 개발을 감행해 왔다. 북한의 모험적 행보는 1994년 미국의 영변 핵시설 폭격 위기를 부르는 등 한반도 안보에도 큰 불안요인이 돼왔다. 특히 북한의 이번 신형 위성운반체인 ‘천리마 1형’ 로켓 발사는 별도 유엔 안보리 결의로 금지된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에 유엔 결의까지 위반한 도발인 것이다. 북한의 모험은 그쪽 사정일 테지만, 편향된 시각으로 사실을 호도하는 우리 내부의 주장은 가짜뉴스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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