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 제기됐던 DLF 사태
고위험 판매 금지에 은행 '반발'
금융당국 "금지 주장 알고 있다"
시중은행이 판매했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관련 파생상품의 무더기 손실이 전망되면서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당시 거론됐던 은행의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금지 등의 규제가 다시 검토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원금 손실 우려가 제기된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현황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은행은 해당 ELS를 주가연계펀드(ELF)와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판매하는데,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8월 기준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ELF·ELT(8조2,973억 원)의 과반인 4조6,876억 원이 원금 손실 하한선인 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은행의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와 얽힌 문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불거졌다. 특히 2019년 하나·우리은행에서 촉발됐던 DLF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은행이 판매했던 해외금리 연계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서 2,000명 넘는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 특히 당시 은행이 '원금 손실 확률 0%' 등 거짓 상품설명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던 게 드러나면서 불완전판매 문제까지 제기됐다. 최근 H지수 연계 ELS 또한 비슷한 의혹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은행에서 고위험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객들이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믿고 찾는 곳이 은행인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고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구조의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취지에 맞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시중은행 관계자조차 "ELS는 구조가 복잡한 탓에, 은행원이라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할 정도인데, 일반 고객들은 이런 은행원들의 말만 믿고 '깜깜이' 투자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상 많은 사람이 은행에서 고정 수익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은행이 파생상품을 판매할 때는 위험도 등이 상당히 관리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은행이 위험에 따른 문제를 책임지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시중은행 반발이다. 앞서 금융위는 DLF 사태 이후 시중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후속대책을 발표했으나, 당시 은행권이 '40조 원 이상 규모의 신탁 시장을 잃게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당국이 '제한적 ELT 판매 허용'으로 한 발 물러서며 은행이 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ELS 관련 은행이 받는 수수료는 1% 수준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각에서 은행의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를 금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건 알고 있다"며 "아직 ELS 손실이 가시화된 것은 아니기에, 별도 논의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