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대폭 강화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친(親)이재명계와 강성지지층의 요구가 관철된 것으로 당내 계파갈등이 불거질 뇌관을 건드린 격이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당무위를 열어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전당대회 표 반영 비율을 20대 1 미만으로 변경하는 안을 의결했다. 권리당원 60~70표가 대의원 1표에 해당하는 현 상황을 해소하면 권리당원의 표 가치가 3배 이상 높아진다.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나 다름없다"고 비이재명계가 반발해 온 이유다. 내달 7일 중앙위 투표를 통과하면 결국 친명 주류의 당 장악이 용이해진다.
이 사안이 지금 시급한 문제인지 의문이 적지 않다. 대의원제는 민주당이 호남중심 정당을 벗어나 전국정당으로 도약하기 위한 장점으로 작용해 왔다. 지역균형 및 지역연합 정치를 추구하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한 배경이 없지 않다. 당원과는 달리 좀 더 책임감 있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계층으로서 역사성을 가진 존재가 대의원이었다. 이 때문에 충분한 내부 토론과정 없이 비주류의 반발 속에 권한 축소를 강행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차기 전당대회는 이 대표 임기가 끝나는 내년 8월에 열리는데 왜 지금 투표비율을 조정하는지 그 의도가 의심받고 있다. '이재명 사당화' 논란에 빠질 게 뻔하다.
무엇보다 강성지지층이 비주류 인사들을 겁박하는 일탈행위가 심각한 와중이다. 이들이 전당대회에서 과잉대표가 될 것이란 우려를 민주당은 깊이 새겨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조차 “홍위병처럼 당 최고위원이 비주류를 색출하자고 하고, 개딸이 호응하는 파시스트 행태를 본 적이 없다”고 비판하는 지경이다. 당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민주당이라면 총선 때 당당히 국민에게 표를 구애할 수 있겠나. 계파적 이익에 몰두할 게 아니라 기득권 내려놓기 혁신경쟁에 박차를 가하는 쪽이 국민의 마음을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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