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4세 중성화된 수컷 고양이를 기르고 있습니다. 저희 고양이는 어렸을 때부터 집에 오는 손님에게 공격성을 보였는데요. 최근 집을 비우게 되어 어쩔 수 없이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에게 탁묘(고양이를 돌봐주는 것)를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지인이 집에 들어오자 고양이가 무서울 정도로 공격성을 보였습니다. 결국 지인에게 더 이상 탁묘를 부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고양이 카페에 글을 올려 전문적으로 방문 탁묘해 주실 분을 구했는데요. 탁묘하러 온 사람에게도 하악질과 공격성을 보이고 심지어 물기까지 했습니다. 다행히 상처는 크지 않았지만, 갑작스럽게 공격성이 심해지니 저에 대한 집착 때문인가 싶습니다. 이렇게 외부인에게 하악질하면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고양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무 난감한 상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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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녕하세요. 반려동물의 행동 문제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하이 반려동물 행동 클리닉’의 원장 이우장 수의사입니다. 고양이가 어렸을 때 낯선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시작되어, 성묘가 된 현재도 공격성이 심해 보이네요. 먼저 고양이에게 공격성이 생긴 원인부터 분석해야 합니다.
고양이 공격성이란?
고양이의 ‘공격성’을 하나의 성격이나 기질로 평가하면 안 됩니다. 우리 아이가 “사나워요” 혹은 “공격성이 있어요” 하는 경우엔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 모습과 행동에 따라서 공격성이라고 표현되었던 것이, 때로는 정상 행동 혹은 잘못된 놀이였을 수 있습니다. 또 두려워서 방어 기전으로 나타나는 행동인 경우도 있죠. 대부분 정말 ‘공격성’을 보인 고양이들은 특정 상황에서 위협을 느꼈거나 신체 또는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아 일종의 방어 수단으로 거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양이 공격성 원인
공격성의 원인 자체는 매우 단순할 수도 있지만, 복합적인 원인이 얽혀 있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어릴 때부터 공격성이 있다면, 유전적인 영향이 큽니다. 나이가 들면서는 점차 주변 환경과 학습에 의해 공격성이 완화될 수 있는데요. 반대로 여전히 공격성이 유지되거나 악화되기도 합니다.
또 의학적인 부분을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1세 이후에 생긴 갑작스러운 공격성은 건강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호르몬성 질환이나 아픈 곳이 있다면 평소보다 예민해져 공격성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심해진 공격성은 먼저 동물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후에 건강하다면, 다시 행동학에 초점을 맞춰서 ‘공격성’을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고양이는 보통 ‘하악질’, ‘달려들기’, ‘냥냥 펀치’, ‘물거나 할퀴기’ 등의 행동을 보고 공격성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이러한 행동의 원인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위협을 느껴서 하는 두려움에 기인한 공격성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경우 공격성을 유발하는 요인을 피하거나, 최소화시킬 수 있다면 가장 좋습니다.
단, 피하기 어렵거나 계속 마주칠 상황이라면 서로의 복지와 안전을 위해 추가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 대책으로 수의사 판단하에 약물치료를 시도하거나, 행동 교정 등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보통 보호자들은 약물치료를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도움이 필요할 때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예후나 학습에 훨씬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사연 속 고양이가 공격성이 생긴 이유
사연 속 고양이가 어렸을 때부터 집에 놀러 오는 손님에 대한 공격성이 있었다면, 이 부분이 정말 두려움에 기인한 공격성이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아니면 부적절한 놀이였는지 그 당시 몸짓과 상황을 파악해 감별할 수 있죠.
놀이성으로 놀자고 달려드는 행동은 하악질 없이 본인이 먼저 달려드는 형태이며, 몸짓도 느슨합니다. 보통 보호자한테 많이 놀자고 달려들다가, 낯선 손님이 왔을 때도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반면에, 놀이성이 아니라 정말로 두려워서 낯선 사람에게 하악질하고 경계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면, 두려움에 기인한 공격성으로 볼 수 있죠. 어릴 때부터 이런 공격성이 나타났다는 것은 사회화 경험의 부재 또는 부적절한 경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유전적으로 겁이 많을 가능성이 높죠. 참고로 하악질은 상대방에게 ‘거리를 늘리기 위한 경고 메시지’이며, 주로 다가오는 대상에게 방어 기전으로 사용합니다.
사연 속 고양이가 지인이나 탁묘자에게 하악질과 입질을 보이는 것은 두려움에 기인한 방어적 공격성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여기서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 것, 탁묘자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공격성을 보였는지입니다.
통상적으로 자극될 만한 상황이 아니고 오히려 고양이를 피해 다니거나 무시했는데도 사연 속 고양이가 달려들었거나 과한 반응을 보였다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고양이는 어디 한 공간에 숨어 있었거나 멀리서 낯선 사람을 경계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방문객이 익숙해지는 시간 없이 너무 빨리 다가갔거나 오히려 자극을 주었다면 좀 더 거리 두기가 필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연 속 고양이를 위한 솔루션
고양이가 성묘가 되기까지 낯선 사람을 두려워했고, 사회화가 잘 되어있지 않았다면 하루아침에 사람을 반기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방문객이 공격당하지 않고 고양이를 좀 더 잘 돌보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계획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 방문객이 오기 전에 고양이는 가장 안쪽 방 등 안전한 공간으로 피신시킨 뒤 문을 닫고 손님을 맞이해 주세요. 가능하면 방묘문을 통해 안전하게 친해지는 만남의 장소가 필요합니다. 만남의 장소에서는 고양이의 성향과 좋아하는 보상에 따라서 행동교정을 진행해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가 숨어 있는 것을 원한다면, 숨숨집을 곳곳에 늘려주세요. 그곳에 있을 때는 특별히 건드리지 않고 자극되지 않게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고양이가 장난감 놀이나 츄르 같은 간식에 반응이 있다면, 방묘문을 사이에 둔 안전한 공간에서 간식 주기와 놀이를 먼저 시도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특히 겁이 많은 고양이에게는 정말 천천히 만남이 진행되어야 하며, 추가적으로 고양이가 익숙해지기까지 보호자가 같이 교육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보호자가 안전문 안쪽에서 고양이를 장난감이나 츄르 등으로 만남의 장소까지 유도해 주세요. 그다음부터는 고양이가 방문객을 쳐다볼 때마다 “옳지”와 함께 간식 또는 츄르 한 입씩 제공해 볼 수 있습니다. 잘 먹는다면 낯선 방문객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역조건형성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과정에서 평소에 잘 놀고 잘 먹던 고양이가 츄르 또는 장난감에 전혀 관심 없다면 두려운 감정이 매우 높다는 뜻입니다. 건강상 문제가 없다면 항불안제 복용 후에 다시 시도해야 합니다. 항불안제는 적절한 용량과 약, 그리고 복용 시간에 따라서 효과가 충분할 수도,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의사와 충분한 상담이 필요합니다.
고양이의 공격성은 어떤 상태에서 자극되어, 공격성이 얼마나 심각하게 나타났는지를 우선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치가 높은 보상을 줬을 때 고양이의 반응에 따라서 단순히 행동교정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한지 알 수 있죠. 때로는 항불안 효과가 있는 보조제 또는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현재 환경에 맞는 디테일한 교육이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할 수 있습니다. 위에 나온 대처 방법을 시도해 봐도 나아지지 않거나,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부디 사연자분께서 이 글을 통해 고양이의 행동을 좀 더 이해하고 잘 대처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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