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하명수사’를 통해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명을 받은 경찰이 경쟁 후보자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 당선으로 이어진 사건이다. 상식적으로 대통령의 인지 없이는 불가능한 구도여서, 문 전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서울중앙지법은 29일 송 전 시장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징역 3년씩의 실형을 선고했다. 송 전 시장은 청와대를 통해서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대표) 관련 수사를 청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명수사’에 개입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선거개입 증거들을 인정하고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선거개입 행위는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법원의 표현대로 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사건은 선거민주주의의 근본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김기현 대표의 동생과 비서실장 등이 건설사업 이권에 개입했다는 첩보 내용은 2019년 무혐의 처분됐지만, 김 대표는 낙선한 뒤였다. 더구나 검찰이 송 전 시장 등을 기소한 이후 3년 10개월 만에야 첫 판결이 나오면서 송 전 시장은 임기를 모두 채웠다. 황 의원 또한 내년 5월 국회의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법원에서 관련 증거들이 인정됐는데도 당사자들은 혐의를 부인할 뿐,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하명수사’ 의혹이 드러났을 당시부터 이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기소된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혐의조차 인정하지 않은 마당에, 청와대 내부에서 일어난 상황을 진술할 리는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은 수사대상에서 비껴나 있지만 도의적 책임까지 비껴갈 순 없다.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이 있기를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