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일까지 조계사서 5일 종단장
"더 이상 구할 것 없어" 열반송 남겨
최근까지 포교 의지… 갑작스러운 죽음에 여러 추측도
대한불교조계종 제33·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지난달 29일 향년 69세로 갑작스럽게 입적한 데 대해 조계종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분신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조계종은 입적일을 기점으로 한 종단장 5일장 절차에 돌입했다. 종단 내 최고 실세의 돌연한 입적 소식에 불교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계종 대변인인 총무원 기획실장 우봉스님은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자승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며 소신공양(燒身供養), 자화장(自火葬)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소신공양은 자신의 몸을 태워 부처에게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우봉스님은 "전날 오후 6시 50분 경기 안성시 소재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해봉당 자승 대종사가 법랍 51년 세수 69세로 원적에 들었다"고 전했다. "자승스님은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스님이 입적에 앞서 후인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가르침)을 남겼다"고 조계종은 전했다.
대표적인 사판승(행정 담당 스님)인 자승스님에 대한 종단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공통된 의견은 종단 내 최고 실세였다는 점이다. 총무원장의 연임은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 이후 자승스님이 처음이다. 퇴임 후에도 동국대 건학위원회 총재, 봉은사 회주, 상월결사 회주와 조계종 입법기관인 불교광장 총재, 은정재단 이사장 등 다양한 직책을 맡으며 종단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여기에 최근까지도 조계종의 미래, 종단 중흥에 관해 열정을 보여 온 만큼 자승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에 불교계의 충격은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럴만한 뚜렷한 이유나 징조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추측도 나오고 있다. 자승스님은 지난해 전법 활동을 위해 '상월결사'를 결성했고, 지난 3월 23일에는 40여 일에 걸쳐 인도 부처님 성지 1,167㎞를 도보로 순례를 마친 직후 '성불합시다' 대신 '부처님 법을 전합시다'라고 말하자는 적극적인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자승스님은 입적하기 불과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불교계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앞으로 10년간 대학생 전법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긴급 교계 언론 간담회까지 했는데 이틀 만에 그렇게 됐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신공양의 명분도 뚜렷하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던 스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조계종 내 권력 구도 재편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장 동국대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건학위원회, 봉은사 회주, 상월결사 회주, 은정재단 등의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하다.
자승스님의 장례는 조계종 종단장으로 엄수된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서울 종로구 소재 총본산인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총무원장 재임 중 입적 사례가 아닌 전직 총무원장의 종단장을 조계사에서 치르는 것은 이례적이다. 영결식은 장례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10시 자승스님의 소속 본사인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본사 용주사 연화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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