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무선통신 측정 전문 기업 '테스콤'
1993년 설립… 주변 소음 잡아내는 기술 입소문
창업 2년 뒤 삐삐 등장 급성장, 작년 매출 330억
20년 전 자율복장제, 다양한 복지제도 각종 수상
편집자주
지역경제 활성화는 뿌리기업의 도약에서 시작됩니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전국의 뿌리기업 얘기들을 전합니다.
항공기와 여객선은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하늘과 바다에 정해진 길(항로) 위로 다녀야 사고가 안 난다. 무선통신 분야도 마찬가지다. 무선호출기(삐삐)부터 휴대폰(스마트폰), 자율주행 자동차 등 고유의 주파수를 지켜야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다.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테스콤’은 무선통신 기술을 탑재한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주는 무선통신 측정 분야 전문기업이다. 삼성과 LG, 현대차, 노키아, 소니, 테슬라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테스콤, '삐삐 테스터' 개발로 주목
테스콤은 한때 세계 최고의 계측기 제조 업체였던 미국 휴렛팩커드(HP)에서 20년 동안 일한 김영대 박사가 고효율 저비용의 계측 장비를 국내에 개발ㆍ보급하겠다는 목표로 1993년 세운 회사다. 설립 당시 국내 무선통신 측정 시장은 열악했다. 무선주파수(RF) 산업 계측기 전문기업들이 있었지만 외산 기기를 복제해 저가형 제품을 만드는 수준이었다.
무선통신의 주파수 대역을 정밀하게 측정하려면 주변 소음이 적어야 한다. 테스콤은 주변 소음을 잡아내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창업 2년 뒤인 1995년 무선호출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테스콤의 ‘삐삐 테스터’는 날개를 달았다. 나래이동통신이 테스콤 제품으로 테스트를 진행해 품질 향상에 성공하면서 다른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일을 맡겼다. 테스콤의 기술력에 대한 입소문은 홍콩까지 퍼져 수출에도 성공했다.
외산 장비가 독주하던 분야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경쟁력을 인정받은 테스콤은 5세대이동통신(5G), 와이파이(wifi), 블루투스, 자율주행 자동차 등으로 영역을 점차 넓혀 왔다. 1993년 고양시 관산동의 단칸방에서 엔지니어 5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본사(고양시 백석동)와 부설연구소(고양시 풍동)에서 165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과 대만, 중국 등 해외지사에도 12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330억 원을 넘어섰다.
삐삐에서 스마트폰, 자율주행까지
테스콤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전략컨설팅 임원으로 오래 활동한 이혁(44) 대표이사 취임 후 인도와 중미(멕시코), 유럽으로 수출길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특히 요즘은 자율주행 자동차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테스콤이 30년간 꾸준히 무선통신 측정이라는 외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고객사와의 ‘신뢰’다. 이 대표는 “우리 회사는 고객사가 정한 납기일을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테스콤은 직원 복지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자율복장제를 도입했고 자기계발을 위한 조기퇴근, 매월 1회 외부연사 초청 강연 등도 진행하고 있다. 복지포인트와 자녀학자금도 당연히 지원한다. 고양시 우수 중소기업(2022년), 경기도 가족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2021년), 고용노동부 청년친화 강소기업(2021년), 대한상공회의소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2018년) 등에 연이어 선정됐다. 이 대표는 “오래 일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직원들이 행복하고 자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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