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수사 판결문에 나타난 당시 상황]
"청와대 보고는 경찰에 상당한 부담 작용"
'문 대통령이 송철호 당선 원했다' 언급도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로부터 '김기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대표) 주변을 수사하라'는 하명을 받은 경찰이 관련 수사상황을 수시로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 횟수가 20차례에 이르렀다.
1일 한국일보가 서울중앙지법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1심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경찰청은 2018년 2월부터 5월 사이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경쟁후보였던 김 대표 관련 수사상황을 20차례 청와대에 보고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은 6월 13일이었으니, 선거 직전까지 당시 야당 후보 수사를 청와대에 보고한 셈이다. 대부분의 수사상황 보고서는 경찰청이 울산경찰청에서 전달받은 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과 반부패비서관실 등에 보고했다. 당시 울산경찰청장은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재판부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은 수사 진행상황을 계속 확인하고 보고 받아 민정비서관실과 공유했다"며 "반부패비서관실의 수사 진행상황 확인과 보고 절차는 경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지난달 29일 황 의원 등 청와대 하명수사에 연루된 피고인들에게 대부분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경찰 조직과 대통령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했다"며 "엄중한 처벌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매우 크다"고 꼬집었다.
판결문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이름이 14회 등장한다. 재판부는 정치인(송 전 시장)이 지역경찰 총수(황 의원)에게 상대 후보 수사를 청탁한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면서 울산경찰청 정보계가 2017년 4월 작성한 보고서를 언급했다. 당시 이 보고서에는 '문재인 의원(대선 당선 이전)이 지난해 총선에서 지금 소원은 송철호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회자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황 의원은 해당 보고서 등을 통해 송 전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막역한 친분이 있고, 민주당의 유력 후보자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민정수석)도 6회 언급됐다. 재판부는 송 전 시장 측이 청와대에 수사를 청탁한 의혹도 유죄로 판단하면서 "조 전 장관이 과거 송 전 시장의 후원회장을 맡지 않았더라면 (청와대에 대한 수사 청탁은) 쉽게 생각해 볼 수 없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문 전 대통령이나 조 전 장관이 하명수사 과정에 개입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2021년 4월 이 사건으로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법원은 기소되지 않은 부분은 판단하지 않는다는 '불고불리의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선거개입 중 하명수사 부분에서 유죄가 선고된 만큼 조 전 수석 등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고검은 국민의힘(고발인)이 조 전 수석과 임 전 비서실장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한 사건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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