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남부 지방성서 한-베 경제인 만나
“선진국은 물론, 아프리카부터 시베리아 벌판까지 가 보지 않은 곳이 없다. 어디가 투자하기 좋은 곳인지 세계를 다니며 확인했다. 여러분도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기대한다.”
이명박(82) 전 대통령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을 향해 이같이 당부했다. 2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타이빈성에서 열린 ‘한국-타이빈성 투자 촉진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해 발표한 축사를 통해서였다.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를 통해 수감 생활을 했다가 사면·복권된 지 1년 만의 첫 해외 방문으로, 공개 행보를 점차 늘려 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일 베트남을 2박 4일 일정으로 찾은 이 전 대통령은 북부 타이빈과 남부 롱안성에서 한국-베트남 기업인들을 만나고 산업단지를 시찰했다. 이번 방문은 쯔엉떤상 베트남 전 주석과 응우옌칵탄 타이빈성 성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그는 우선 기업인들을 향해 “(젊을 때의 나는) 중동 사막 열사(熱砂)의 더위 속에서도 일하고 투자했다”며 시장 개척을 위해 각국을 누볐던 자신의 경험을 전한 뒤, 타지에서 사업 확대 기회를 모색하는 이들을 격려했다.
베트남 당국 측을 향해서도 “당과 정부 부처, 타이빈성 지도자들이 (한국 기업과) 대화하고 어려움을 신속하게 해소해 주길 바란다. 항상 최고의 조건을 만들고 최대한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한국에 돌아가면 기업인을 만나 (베트남) 투자를 권하고, 향후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과 다시 오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의 베트남행에 눈길이 쏠린 것은 지난해 12월 28일 사면·복권된 이후 처음 해외로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3월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및 연평도 포격 도발 희생자 묘역 참배로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이후 △서울시장 재임 당시 복원한 청계천 방문(5월) △중소기업중앙회 포럼 기조연설(9월) △경기 여주시 4대강보 걷기 행사(10월) 등에 참석하며 공개석상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경제’를 고리로 외국까지 보폭을 넓힌 셈이다.
베트남과의 인연도 작용했을 법하다. 재임 시기인 2009년 베트남을 방문했던 이 전 대통령은 당시 가장 낮은 수준의 파트너십인 ‘포괄적 동반자’였던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한 단계 격상시킨 당사자다. 한국일보와 만나서도 그는 지난해 한국·베트남 정부가 외교 관계를 13년 만에 최고 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끌어올린 점에 대해 “잘했다고 본다. 한국과 베트남이 여러 면에서 힘을 모으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베트남 정부가) 양쪽 문화 경제 교류를 위해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를 위해 보반트엉 베트남 국가주석 등도 만났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 문제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내홍에 휩싸인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와 내년 총선 등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질문엔 “베트남에 왔으니 베트남 이야기만 하겠다”며 언급을 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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