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공습에 사흘간 가자지구 845명 사상]
①가자 남부 공세 격화 "병원 구석마다 환자 비명"
②"붙잡힌 여군, 인질? 여성?" 엇갈리는 협상 셈법
③'민간인 피해' 두고 미국·이스라엘 의견차도 커져
잔인했던 전쟁이 더 잔인해졌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일시 휴전이 끝난 지 사흘째, 가자지구는 다시 포성과 연기로 물들었다. 46일간 이어지다 7일 동안만 짧게 멈췄던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공격이 재개된 것이지만, 전쟁 양상은 이전보다 더 난폭하다. IDF는 가자지구 남부에까지 공습을 강화했고,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장도 박차고 나왔다. 민간인 보호를 촉구하는 미국 압박도 듣지 않겠다는 태세다.
3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와 이스라엘 하레츠,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지난 1일 전투 재개 후 이날까지 사흘 동안 가자지구에서 최소 193명이 숨지고 65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서안지구 인명피해를 합치면 사망자는 총 240명에 달한다. 지난달 7일 개전 후 가자지구 전체 사망자는 1만5,200명을 넘어섰다.
IDF "남부 50곳 타격" 특정… 지상군 투입 앞둬
IDF는 일시 휴전이 언제 있었냐는 듯, 공습을 퍼붓고 있다. 전날까지 가자지구 전역의 목표물 400곳을 타격했다. 주택과 학교, 이슬람사원 등에서도 민간인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지난 10월 초토화된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선 또다시 피란민 100여 명이 머물던 6층 건물에 폭탄이 떨어져 수십 명이 사망했다. 부상자 수십 명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동은 이미 수용 인원 2배가량의 부상자로 가득 차 있다.
전투 재개 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가자지구 남부 상황이다. IDF는 전날까지 타격한 목표물 50곳이 남부 도시 칸유니스 인근에 있다고 밝혔다. 일시 휴전 이전에도 IDF가 가자지구 남부에 공습을 가하긴 했으나, 이 지역 내 목표물을 특정해 공격한 사실을 발표한 적은 드물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IDF가 "가자 남부에 대한 지상군 투입 수순을 밟고 있다"고 분석했다. 칸유니스에도 하마스 지도부가 은신하고 있다는 게 IDF 판단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수장인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하는 데 우선 목표를 두고, 남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문제는 막대한 인명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자 남부는 이미 북부에서 대피해 온 피란민들로 포화 상태다. 전날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을 방문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병원 모든 구석구석에서 환자들이 바닥에 누워 비명을 지르며 치료받고 있었다”고 적었다.
여성·어린이 인질 석방 후… '더 어려운 협상'의 시간
추가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도 훨씬 복잡해졌다. NYT는 "양측이 남은 인질을 정의하는 방법이 달라 (1일 3차) 휴전 협상이 파기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여전히 여성 인질 10여 명을 억류하고 있으며, 이를 돌려보내지 않아 합의안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반면 하마스는 해당 인질들이 군 복무를 한 사람들인 만큼, 여성이 아니라 '군인 포로'로 간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살레흐 알아루리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은 알자지라에 “하마스는 어린이와 여성 인질 모두를 석방했다. 전면적인 휴전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전원 석방 없이는 남은 인질을 석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집트 등의 중재하에 인질 협상을 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에 파견했던 정보기관 모사드 직원들을 철수시키는 방법으로 맞대응했다. 전문가들은 "남성·군인 인질을 둘러싼 협상은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 "민간인 보호하라" 압박 커졌는데…
이스라엘과 미국 간 균열마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일시 휴전 기간 동안 미국의 어조에 변화가 생겼다"고 짚었다.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를 제한할 경우에만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보호를 더 적극 요청하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이를 강제할 행동에 나선다면, 이스라엘이 압도적 우위였던 전황에도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가능성이 크진 않다. 스티븐 쿡 미국외교협회 중동·아프리카 선임연구원은 WP에 “미국은 말하는 방식을 바꿀 뿐, 실질적인 행동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